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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등 주역 최승준·윤희상과 ‘2번째 기회’

입력 | 2016-06-30 05:45:00

SK 최승준-윤희상. 스포츠동아DB


시범경기 1할 부진과 2군행 절치부심 최승준
5선발로 2경기 9실점, 50일간 기다린 윤희상
6월 10홈런·3연속 QS+ 3연승… 부활한 두 남자
다시 기회 준 SK 김용희 감독 “반전드라마 썼다”


감독이 기회를 준다고 모든 선수가 이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피나는 노력이 동반돼야만 한다. SK 김용희 감독은 그래서 반등을 이끈 투타의 두 주역에게 고맙기만 하다.

SK는 6월 들어 롤러코스터를 탔다. 6연패와 3연패를 한 끝에 7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중순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5연승과 3연승을 하면서 4위까지 올라섰고, 어느새 3위 넥센에 1경기차로 다가섰다. 29일 수원 kt전 승리로 또 다시 3연승이다.

28일 김 감독은 “최승준과 윤희상이 반전드라마를 썼다”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2명 모두 시즌 초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뒤, 절치부심한 끝에 반전을 이뤄냈다. 더욱 대단한 건 2명 모두 김 감독이 처음 줬던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은 모두 기회를 처음 부여받았던 선수들이다. FA(프리에이전트)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최승준을 영입한 건 KBO리그 최고의 타자친화적 홈구장에 맞춘 선수단 구성의 일환이었다. 김 감독은 최승준을 하위타선에 고정해 장타에 대한 잠재력을 이끌어낼 생각이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을 한 윤희상은 올해 1군 캠프 대신 대만의 2군 캠프로 향했다. 그러나 캠프의 5선발 경쟁에서 특출난 선수가 나타나지 않자 검증된 윤희상이 먼저 5선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둘은 기대에 못 미쳤다. 최승준은 시범경기서 타율 0.100(40타수 4안타) 25삼진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4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 머물렀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윤희상은 2경기서 5.1이닝 9실점으로 실망스런 모습만 남기고 신예 문승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2군에서 50일간 2번째 기회를 기다렸다.

최승준은 “캠프 때부터 정경배 코치님과 타격폼 수정을 해왔는데 자꾸 안 맞으면서 예전 폼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시 1군에 온 뒤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했다. 배트를 꽉 쥐는 습관부터 바꿨는데 20년 가까이 해온 걸 바꾸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힘들 때면 2군 구장이 있는 강화도로 2시간을 운전해 출퇴근하던 그 외로운 길을 떠올렸다. 제한된 출장기회 속에 묵묵히 조금씩 잠재력을 터뜨린 그는 이젠 어느새 붙박이 5번타자가 됐다. 28일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6월엔 전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10개의 홈런을 날렸다.

3일 1군에 복귀한 윤희상은 ‘핀포인트 제구’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복귀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했고, 최근엔 3연속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3연승을 기록했다. 7이닝을 막아주면서 선발진은 물론 불펜의 짐까지 덜어주고 있다.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SK 한승진 매니저는 “이젠 모두가 윤희상하면 포크볼을 떠올리는데, 직구가 포크볼처럼 스트라이크존 아래에서 형성된다. 작년엔 직구에 자신감이 없어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른 구종을 던졌다면, 올핸 이 공의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직구 구위와 컨트롤을 되찾으면서 타자의 배트가 나오는 코스가 아래쪽에 형성돼 효과를 본 셈이다.

최승준과 윤희상 모두 역경을 겪은 끝에 스스로 반전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2명 모두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응원을 보낸다. 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밝게 웃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응답한 둘이 SK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까.

수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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