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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없애니 화장실이 웃네요

입력 | 2016-06-30 03:00:00

서울 구청-지하철 등 시행 3년째




지하철 6호선에서 운영 중인 ‘휴지통 없는 화장실’. 3년 전 논란 속에 시작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올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제공

“입 벌린 휴지통에 가득 찬 하얀 휴지… 더럽고 끔찍하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공중화장실에 들렀다가 보이는 반응이다. 휴지통에 산더미처럼 쌓인 휴지 탓이다. 서구 국가에서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두는 곳이 거의 없다. 일부 외국인은 인터넷에 자신이 목격한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랜 학습 경험 덕분이다. 공중화장실마다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위생을 위해 놓아 둔 휴지통이 오히려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2013년 서울 송파구, 2014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각각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5∼8호선 역사의 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이 사라졌다. 여자화장실에만 여성용품을 따로 버리는 작은 위생 박스가 설치됐을 뿐이다. 화장실 문에도 ‘휴지는 변기 안에 넣어 주세요’라는 문구가 걸렸다.

초반에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는 “훨씬 편하다”는 여론이 많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26일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화장실 문화가 훨씬 위생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도시철도공사의 고객 만족 조사에 따르면 ‘화장지를 휴지통 대신 변기에 넣어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8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 후 화장실 위생과 청결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7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휴지를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매우 높아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올 4월 ‘고속도로 화장실 혁신 방안’으로 전국 180여 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내 휴지통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가 남아 있다. 일부 화장실에서 고질적인 막힘 현상 때문에 청소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장훈 광운대 수질환경연구실 연구실장은 “휴지는 100% 물에서 녹지만 정화조로 가는 파이프에 낀 이물질로 인해 막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10월부터 일부 지하철역에 시범적으로 에코 변기 설치가 이뤄졌다. 막힘 현상도 적고 절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45일간 설치 효과를 조사해 보니 막힘 현상은 1.6회로 일반 변기(28.9회)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물 사용량도 65%나 줄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물 사용량이 기존 변기의 절반으로 줄었고 휴지가 잘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나 설치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