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 “영국의 봄… 억압 거부한 독립선언” ▼
佛 극우파 르펜 NYT 기고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48·사진)는 28일 뉴욕타임스(NYT)에 ‘국민의 봄은 불가피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국민의 봄’은 2011년 아랍의 민주화운동을 ‘아랍의 봄’으로 부르는 데서 따온 제목이다.
르펜 대표는 “브렉시트가 파운드화 폭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등 경제 전문가들의 온갖 논쟁 뒤에 오직 한 가지 물음, 가장 단순하고 근본적인 물음을 영국인들은 정확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삶이 비민주적 권위에 계속 지배당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우리 운명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아올 것인가’ 하는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EU가 비민주적 체제인 이유에 대해선 무엇보다도 28개 회원국이 각자의 민주적 권한을 (선출되지 않은) EU 집행부에 넘겨 버렸고, 그 결과 회원국들은 원하지도 않는 EU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또 자국 예산 결정권도 상실한 데다 국경을 열어 난민을 받아들이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르펜 대표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비판했다. 경제 구조가 제각각인 나라들에 똑같은 통화를 쓰는 유로존이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잡아 늘이거나 잘라 버리는 그리스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게 없다는 비유다.
그는 브렉시트의 성공이 EU 체제를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뜨렸다고 진단했다. 즉 영국의 홀로 서기가 성공하면 제2, 제3의 브렉시트가 계속될 것이고, 반대로 이를 막기 위해 EU가 브렉시트에 보복을 하면 EU 체제가 더욱 전제군주 같은 비민주적 행태를 강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르펜 대표는 “영국의 홀로 서기를 돕는 게 상식적이지만 벨기에 브뤼셀(EU 집행부)의 선택은 정반대인 것 같다”며 “EU가 내부 모순 때문에 멸망한 소련의 운명을 닮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고문이 게재되자 브렉시트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유럽과 미국의 진보 진영은 NYT와 르펜 대표를 일제히 비난했다. 유럽의 한 진보 인터넷 매체는 “미국 주류 언론인 NYT가 극우 파시즘 세력에 소중한 지면을 내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싸잡아 공격했다.
▼ “최대의 경제적 패배자는 영국” ▼
美 버냉키 前 연준의장 블로그 기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63·사진)은 28일 자신의 브루킹스연구소 블로그에 올린 글 ‘브렉시트의 경제적 함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영국 파운드화 폭락으로 영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다소 커지겠지만 주택과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영국 경제 전반의 하강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브렉시트는 앞으로 수년간 심대한 불확실성을 가져와 산업구조, 자본투자, 고용 등 모든 경제 영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나머지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도 모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렉시트가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투자자들이 급속히 달러나 미국 독일 일본 국채 같은 안전 자산에만 몰려들고 있어 각국의 경기 회복 또는 부양 노력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몇 달 전부터 브렉시트에 대비하면서 재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자본도 확충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시장 안정에 가장 큰 위험은 경제 이슈보다 정치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EU 탈퇴나 그에 따른 EU 붕괴 등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