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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을 통해 노래한다는 생각으로 연주합니다”

입력 | 2016-06-30 03:00:00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금관악기 수석 김홍박 씨
2010년 안정된 서울시향 떠나 유럽무대 도전하며 각지 누벼
작년 결혼-종신단원 꿈 이루고 정착




세계적인 호르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홍박. “결혼 전까지는 슬픈 감정을 잘 표현했다면, 결혼 뒤 행복한 감정을 호른에 잘 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뮤직프렌즈 이준용 제공

호르니스트 김홍박(34)은 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스웨덴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호른 제2수석으로 활동하다 2014년 노르웨이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오디션에 합격했다. 지난해부터 오케스트라의 종신단원이자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랜 기간 유랑 끝에 얻은 경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4년간 몸담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독일 영국 등에서 정식 또는 객원단원으로 활동했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받을 공간이 없어 다시 여권을 만들 정도였다.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여러 도시에서 사람과 자연과 건물을 보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배우는 게 즐거웠어요.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물론 5년 가까이 특별한 거주지가 없이 호텔과 한인 민박집을 전전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외롭기도 했다. “연주가 끝난 뒤 매일 집이 아닌 곳에서 잔다는 것, 이야기와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웠어요. 지난해 결혼하고 오슬로에 집을 마련하면서 벗어났죠.”

그는 성악을 했던 누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즐겼다. 우연히 누나의 친구가 호른 연주하는 것을 듣고 “악기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 같다”는 매력에 빠져 호른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호른을 통해 노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주한다.

“연주하기 힘든 금관악기는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돼요.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소리를 만들어낼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아요. 그러면 자연히 소리도 노래처럼 나옵니다.”

그는 다음 달 14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과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7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다. 호른 독주회는 국내에서 드물다. 생상스, 구노, 샤브리에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만∼4만 원. 02-338-3816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