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 産銀-대우조선 파장 고려… 한국에 물밑 통보
홍기택 부총재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에서 홍 부총재에게 당분간 쉬어 줬으면 하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 본인이 스스로 휴직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KDB산업은행 및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에 대한 한국 감사원의 지적이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커질 것으로 봤다”며 “홍 부총재가 자리를 계속 지킬 경우 한국과의 관계가 오히려 껄끄러워질 것으로 보고 정중하게 휴직을 권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측이 사전에 (휴직 권유 사실을)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쩍 긴밀해진 양국 경제-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 부총재가 사실상 타의로 AIIB를 떠나게 된 만큼 향후 한국이 부총재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관가 안팎에서는 중국 측이 당초 지난해 AIIB 부총재 인선 과정에서 한국의 홍 부총재 추천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설이 무성했다. 중국은 양국 외교 관계를 감안해 마지못해 한국 측의 추천을 수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홍 부총재가 산은 회장 시절 스스로의 문제에 발목을 잡힌 만큼 다시 한국 인사를 부총재로 뽑을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홍 부총재의 인사 결정 책임자가 누구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유 부총리는 “정부는 인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해 거센 야유를 받았다. 유 부총리가 “(AIIB에) 한국 지분이 많아 한국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저도 밝히긴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이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실제 국제기구를 둘러싼 각국의 역학 관계를 감안할 때 군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기재부 등 정부 부처가 홍 부총재를 전방위적으로 공공연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국제기구인 AIIB 부총재직에 인사권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정부는 내부적으로 ‘포스트 홍기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재는 이미 중국을 떠났지만 한국에 왔는지, 제3국에 체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홍 부총재가 사의를 표명하는 즉시 후임자를 인선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허경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최희남 세계은행 이사,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 등이 거론된다. 유 부총리는 “한국에서 (부총재를) 맡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