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서 국무위원장 추대
김정은은 2012년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지난 4년 동안 치적 쌓기와 잔혹한 측근 숙청으로 권력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곤 마침내 당과 국가 최고 권력의 수위에 공식적으로 취임해 ‘유일 영도체계’로 지칭되는 1인 독재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다만 당과 국가의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되면 권력은 커지지만 통치 실정에 대한 책임도 직접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국가 최고 통치조직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했지만 그동안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국가통치운영 방식까지 정상화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1998년 주석제를 폐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외적 국가수반으로 만들었다. 이후 자신은 법제위원회 예산위원회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일개 소속 위원회에 불과한 국방위원회를 비정상적으로 키워 국가 통치기구로 내세웠다. 한국으로 보면 국회 상임위인 국방위 위원장이 당을 장악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식의 매우 기형적인 방식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제시하며 “내각은 당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민 경제의 선행 부문, 기초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 세워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유지함으로써 핵개발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상적인 회기 일정까지 바꿨다.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4월에 열리며 9월에 추가 회의를 열기도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6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 모두 4, 9월 개최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노동당 7차 대회 이후인 6월로 날짜를 변경했다.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국가수반으로 만들기 위해 정교한 사전 계획하에 일정을 짰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