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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즐거운 동행

입력 | 2016-06-30 03:00:00


내 집처럼 편안하게 들락거리던 음식점에 갔더니 주인이 반색을 한다. 6월 28일에 문을 닫게 되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사동의 한옥에서 14년 동안 ‘해인’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한 그녀는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다”며 “다만 더이상 좋은 분들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주인이 교양 있고 음식도 정갈하여 수시로 들락거린 터라 내 마음도 허전했다.

아무리 10년 넘게 주인과 손님 이상의 교감을 나누었어도 앞으로 따로 만날 일이 없으니 ‘정말 모든 것에는 끝이 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쓸쓸했다. 그런데 그녀가 선물이라며 된장이 가득 담긴 커다란 유리 항아리를 내밀었다. 유난히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맛있게 끓이는 비법까지 일러주었다. 그러나 식당의 맛을 내기는 어려울 테고 아마 오래도록 그 맛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누구와 어떤 형태로든 이별은 항상 섭섭하다. 그렇지만 세상일에 끝이 없다면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 고달픔을 감내해야 하니 한편으로 마지막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오늘로써 3년 6개월, 181회에 이른 ‘따뜻한 동행’이 독자들과 작별한다. 이 또한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로는 무사히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 사람이 겪은 따뜻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쓰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긍정적인 이야기만 한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즐겁고 훈훈한 이야기만 내놓기가 미안할 정도로 현실은 너무 각박하고 황폐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비를 맞는 사람에게 우산을 주는 것보다 그 비를 흠뻑 같이 맞아주는 게 더 위로가 된다는 것, 손쉽게 말하는 희망이 자칫 절망에 빠진 사람을 오히려 더 절망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 늘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인사로 ‘희망’을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이 깊을수록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절망을 헤치고 나올 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요일마다 즐겁게 동행해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의 시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희망찬 사람은/그 자신이 희망이다//길 찾는 사람은/그 자신이 새 길이다//…/사람만이 희망이다.’
<끝>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