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민의(民意)의 대표기관인 부산시의회의 자화상이다.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민주적 행태를 시민과 사회단체, 언론에서는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일 본회를 열고 제7대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투표를 한다.
모두 단일 후보여서 투표는 하나마나다. 이 구도는 이미 오래전 공공연한 비밀로 지역 정가에 널리 퍼져 있었다. 2년 전 7대 시의회 개원 당시 새누리당 다선 의원끼리 밀약한 시나리오였다.
4선 의원 2명은 전·후반기 의장을 각 2년씩, 3선 의원 4명은 부의장 자리 두 석을 전·후반기 2년씩 나눠 하기로 했다. 재선 의원은 상임위원장 6석을 전·후반기 2년씩 나눠 맡기로 한 것.
이는 시의원 47명 가운데 4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암묵적 동의가 가능했다. 지난달 초에는 이들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한 음식점에 모여 ‘나눠 먹기’가 지켜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초선의원 28명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세부 선출 방식은 각 의회 재량에 맡겼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회는 2010년 후보 등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다는 취지와는 달리 다수당의 ‘야합’으로 변질됐다. 지방의회의 대표적인 폐단이다.
이러다 보니 진흙탕 싸움과 공무원 인사 개입 등 전횡과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백종헌 후반기 의장 내정자의 측근 의원이 최근 시의회 사무처 공무원 인사에 깊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상임위 배분 문제에도 관여해 분란을 일으켰다.
이를 보다 못한 이해동 현 의장은 2년 전 밀약을 어기고 의장 후보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사과’와 ‘반발’, ‘재사과’로 치부를 드러냈다.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리는 등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이 의장이 후보 등록을 철회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한 시민은 ‘석수장이 눈깜작이부터 배운다’는 말이 부산시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비꼬았다.
1일 본회의에서 새 의장단이 선출되면 부산시의회의 막장드라마가 막을 내릴지 모른다. 그러나 자정과 반성 없인 후반기 시의회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은 뻔하다. 저(의원)는 잘난 백정으로 알고 남(시민)은 헌 정승으로 알면 안 된다. 2년 뒤 표가 겁나지도 않은가. 시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