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채용 비난여론에 떠밀려 3당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합의 과거 자정 결의 번번이 흐지부지 말로만 끝나지 않아야 불신 해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도 분노와 불만 조절을 위한 양극화 해소 목소리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달콤한 양극화 해소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기보다는 ‘특권과 갑질’ 등 정치 영역에 대한 불신과 혐오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포퓰리즘 광풍’이 휩쓸고 있는 미국 영국과 함께 양극화가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차단하려면 ‘정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중의 불안과 불만을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걸 솔직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이 자정 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갑질과 편법’이란 먹이사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만 거듭 확인된 셈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30일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도록 한 국회법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여야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해 관련 법 개정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립 서비스’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올해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는 특권 폐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의원 징계 강화나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새누리당이 들고나온 ‘세비 동결’도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이 주장한 내용이다. 여야는 지난해 은근슬쩍 세비를 3% 인상하려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철회한 ‘전력’도 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는 “윤리강령을 엄격하게 만들고, 무책임한 발언을 못 하도록 제재하고, 양심을 바탕으로 의정 활동을 하도록 만드는 3대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정치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