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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야 ‘특권 내려놓기’ 경쟁, 法 통과 전엔 못 믿는다

입력 | 2016-07-01 00:00:00


동생과 딸, 오빠를 각각 비서관과 인턴,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채용했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 대해 어제 당무감사원이 만장일치로 중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서 의원이 “국회에서 관행이라고 용납되던 것이 저를 계기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듯이 국회에 ‘회개 폭풍’이 불어닥친 양상이다. 서 의원 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21일부터 어제까지 국회 사무처에 면직 신청한 의원 보좌진만 20명이다. 서 의원을 비난했던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면직 신청이 더 많이 나왔다니 어이가 없다.

비상이 걸린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국회의원 회기 중 불체포 특권 포기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권한 강화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72시간 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 것으로 간주했으나 앞으로는 그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8촌 이내 친인척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회법을 제정·개정해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할 계획이라지만 당장 의원총회 문턱이나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공천 개혁을 비롯해 세비 동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겸직 제한 강화 등을 내놓았으나 법 통과까지 마무리된 것은 현역과 관계없는 국회의원 연금 폐지 정도다. 17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됐던 친인척 채용 금지도 19대까지 계속 폐기됐다.

2014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그간 나온 혁신안만 제대로 실천했어도 우리 정치가 세계 최고 선진정치가 됐을 것”이라고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1년에 몇 명 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폐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연 2회 해외시찰이라는 이름의 외유(外遊), 공항 내 귀빈실, 예비군 훈련 면제 같은 의원 전체가 누리는 특권부터 없애야 한다.

그래도 영국은 2009년 ‘의회 지출 사건’으로 정계가 발칵 뒤집어지자 그해 말 ‘독립의회윤리기관’을 창설해 의원들의 모든 지출 명세를 누구나 샅샅이 볼 수 있도록 제도 개혁을 이뤄냈다. 여야가 집단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특권 포기’를 외치고 있지만 법으로 통과되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