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퇴 이후]빨라지는 대선시계, 복잡한 셈법
‘공부 모드’ 安의 여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대표직 사퇴 다음 날인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속 의원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해 책자를 읽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안철수 “더 바쁘게 지내겠다”
안 전 대표는 30일 오전 7시부터 시작한 당 정책역량 강화 집중워크숍에 참석했다. 당초 주변에선 “며칠 휴지기를 가지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했다고 한다. 워크숍에서는 안 전 대표를 포함해 개근한 의원 22명이 우수의원상을 받았다. 상을 받고 활짝 웃는 안 전 대표에게 일부 의원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한 지난달 29일 의원들에게 연락을 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안 의원이 ‘많은 일을 해보겠다. 더 바쁘게 지낼 것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한 차례 연기됐던 전북 방문 일정도 이달에 다시 추진하는 등 지방 방문과 청년 특강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며 당 수습에 들어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매주 화요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당무를 보고하고, 매월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와 재정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의원총회에선 “정무직 당직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박 위원장은 당 안정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내 알력설, 즉 안 전 대표 측근 세력의 암투를 부인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는 파벌이나 파벌적 행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지나간 것은 다 흘러간 일이니 지금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용서가 되지만 앞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 여야 대선 구도 ‘시계 제로’
만약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할 경우 당 내부에서 ‘대안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호남 주자론’을 내세워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의원도 언제든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30일 라디오에 출연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우리 당으로 와서 (안 전 대표와) 경쟁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러브콜을 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사퇴가 조기 대선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모두 ‘장외’로 나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네팔 히말라야에서 트레킹을 하고 있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이고 손학규 전 고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표적인 야인(野人) 신분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국회에 적을 두고 있지만 당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 위원장의 역할도 관심거리다.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은 ‘킹 메이커’가 유력하지만 여차하면 킹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두 사람이 누굴 돕고 어떤 역할을 할지가 큰 변수”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