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 귀환-위안부 소송 앞장… 지한파 日변호사 다카기씨 방한 공무원 딸은 서울시청서 교환근무
30일 서울시청을 찾은 다카기 겐이치 씨(가운데)가 서울시에 근무 중인 딸 다카기 유키 씨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미소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카기 씨는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이자 인권변호사다. 그가 처음으로 사할린 한인 문제에 눈을 뜬 것은 1973년, 일본 도쿄(東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막 합격했을 때였다. 도쿄 아다치(足立) 구에 살고 있는 한 재일교포의 기구한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사할린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일본으로 온 남자였다. 원치 않게 끌려가고 일본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귀국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할린에 버려진 조선인이 4만3000여 명이나 된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1975년 다카기 씨는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을 모아 일본 정부에 사할린 한인의 귀국 책임을 묻는 ‘사할린 잔류자 귀환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은 14년간 64차례의 구두변론이 이어진 끝에 1989년 6월 원고들의 소 취하로 종결됐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일본 내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일본 정부는 1989년 한일 양국 적십자사를 통해 사할린 1세들의 친척 방문, 영주 귀국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항공료와 체류비를 냈고 한국 정부는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무관심했던 두 나라 정부의 손을 그가 맞잡게 한 것이다.
이후에도 그는 일본의 전쟁범죄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99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소송을 처음으로 냈고, 2007년 9월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할린 한인들의 임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그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주는 국회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멈춤이 없다. 이번 방한 목적도 국내에 정착한 사할린 한인단체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을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집에 사할린 한인들이 오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자란 딸 다카기 유키 씨(31)도 ‘한일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요코하마(橫濱) 시 공무원인 그는 5월부터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시청에서 근무 중이다. 이날 다카기 부녀와 함께한 자리에서 박 시장은 “아버지는 한국인 인권을 위해 일했고, 딸은 한일 민간 교류를 넓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