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테슬라는 최근 한국법인을 세우고 홈페이지에 ‘미래 인재를 찾는다’는 채용 공고까지 냈다.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충전소(슈퍼 차저) 관련 기술자, 대리점 매니저, 서비스 직원까지 뽑는다는 설이 파다하다. 2017년 하반기 3만5000달러 수준의 모델3가 출시되면 2018년경엔 한국 고객도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가 아무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도 국민들은 ‘그래도 삼성전자, 현대차가 뭔가 해주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기로에 서 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감지된다. “작년에 비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이 8% 전후 줄었다. 내수도 외국차들이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동 쪽이 어렵다. 중국은 현지 업체들의 부상에 품질, 가격 경쟁이 치열해 어려움이 많다. 베이징현대 합작사도 전보다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고민이 많다.” 최근 만난 전현직 현대차 임원진들의 진단이다.
전기차, 스마트카는 이종(異種) 산업 간 결합을 통해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는 생활혁명 정보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단지 에너지원이 석유나 가스에서 전기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 자체가 스마트폰처럼 디바이스(device)이자 플랫폼(platform) 기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에 운전을 맡기면 자유로워진 손발을 이용한 정보문화생활이 확장돼 자동차가 스마트폰보다 더 일상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기 위주에서 벗어나 태양열이나 풍력을 활용한다든지,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등 다양한 기술혁명도 이끌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자동차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시사점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신(新)경제는 다른 산업과의 연합이나 제휴,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융합’이 중요하다. 강력한 동맹군으로 조기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미국 아마존이 로봇이나 음악 영화 책 드론 사업 등과의 연관성을 파악해 온라인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나, 테슬라자동차가 파나소닉과 배터리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광범위한 연합작전을 펴는 것이 좋은 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