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이지만 그래서 앞을 내다보려는 욕구는 더 집요하다. 미래학자는 현대판 델포이 신전의 사제들이다. 앨빈 토플러는 그 신전의 제사장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지식 정보 사회를 미리 내다보고 유전자 복제, 퍼스널컴퓨터(PC)의 파급력, 인터넷 발명, 재택근무 등을 예견했다. 한때는 모든 사람이 토플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그의 책 ‘미래 충격’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토플러는 미국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공활(공장 활동)에 나섰다. 그는 5년간 알루미늄 제조 공장의 용접공으로 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시와 소설을 써보려 했으나 소질이 없었다. 대신 노조가 후원하는 신문사에 자리를 얻어 경영과 기술 분야의 칼럼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나중에 경제전문지 포천에서도 일했다. 이후 IBM 제록스 AT&T에서 컴퓨터의 사회적 파급력 등을 연구하면서 이상한 운명에 의해 미래학자가 됐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