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열린 ‘제6회 장영실 특성화 한마당’에 외부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최봉훈 (주)그린솔루션 이사가 학생들로부터 출품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계ICT융합공학부는 학교 주변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관련 기업들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전공 취업률 100%를 목표로 한다. 선문대 제공
학부로 통합하기 전 3개의 학과들은 나름대로 잘나가고 있었다. 정보디스플레이학과의 취업률은 같은 계열에서 전국 2위. 정보통신공학과는 전국 10위, 기계공학과는 전국 27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학과를 묶은 것은 “지역의 수요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트렌드에 맞춰 지역 성장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김호섭 교수는 설명했다. 선문대 주변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들이 밀집돼 있다. 이들 업체는 10만여 명의 고용과 70조 원에 이르는 생산액을 목표(2015년 기준)로 하고 있다.
학부의 발전전략은 2014년에 ‘ICT융합 인포메카트로닉스 인력양성사업단’을 구성하면서 구체화됐다. 사업단은 2014년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단(CK-1)에 선정됐다. 현장밀착형 교육을 통해 별도의 실무교육 없이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학부는 특성화 지원금을 실험실습실 마련과 실습 장비 구입,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특성화 교육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정신, 즉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학년과 저학년 간의 멘토-멘티 제도, 학년별 스터디 소그룹, 교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실력이 모자란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며 “질 높은 교육을 하는데 돈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학기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440여 명이며, 참여자의 85% 이상 만족하고 있다.
이 학부는 교수들의 노력과 학교의 지원에 힘입어 자랑할 만한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보디스플레이학부의 전공 실험실습환경은 국내 최고수준. 20여 개의 실험실에 있는 장비 값만 130억 원이 넘는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평가센터, 디스플레이 평가실습실 등이 정보디스플레이 전공 트랙이 주로 사용하는 실험실이다. 차세대디스플레이 기술평가센터에 있는 전자현미경은 5억 원짜리로 근처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제품 검사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학부연구생으로 근무 중인 박상우 씨(4학년)는 “반도체 소재 분석장비가 세트로 갖춰져 있다. 학부생이 이런 실습환경에서 교수님을 도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며 “반도체 검사 사업 쪽으로 진출하고 싶은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실험실습 장비를 통한 수업은 취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04학번 졸업생으로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벤더회사인 타임DNC에 입사한 김원모 씨는 “오실로스코프, 다이오드, 릴레이 등 회사에서 사용 중인 장비를 학교에서 다뤄 봤던 게 80 대 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며 “입사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혼자 업무를 수행했을 정도로 학교는 기업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선문대 기계ICT융합학부 교수가 최고’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교수들의 실력도 출중하다. 김호섭 교수는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2006년 등재됐는데 마이크로컬럼(초소형 전자빔 컬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미국 IBM 왓슨연구소 시절부터 첨단 전자빔기술인 마이크로컬럼 연구에 매진해왔다. 1999년 교수로 임용된 이후 초소형 전자현미경 관련 논문 80여 편과 100여 개의 특허도 냈다. 42명의 교수들 대부분은 삼성과 ETRI 등 기업과 연구소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산학 연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열정적인 교수와 뛰어난 실험실습 환경은 산학 협력사업을 유치하는 데도 큰 무기다. 2015년 선문대 산학협력 153억 원 가운데 기계ICT공학부의 기여도는 40%나 된다. 김재원 교수(기계공학전공)는 “충남지역 자동차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을 도와주고 있다. ‘조이테크’의 신형 스포티지R의 브레이크 오일 저장기 샘플을 제작하는데 도움을 줘 4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이를 포함해 학부가 작년에 벌어들인 기술이전료만 2억9000만 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학부에서 운영하는 ‘공생기업과 함께 가는 오픈랩(open-lab) 프로그램’은 산학협력을 가속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부가 가진 우수한 연구소 및 실험실습을 기업에 개방하고 교수와 학생이 공동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학부 교수 41명의 2015년 연구비 액수는 43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 원이 넘는다. 연구과제에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부생 100여 명이 참여하며 학습 및 연구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학부의 교육부 특성화사업단은 1차연도 평가에서 ‘최우수’등급, 2차연도에도 우수한 실적으로 평가를 받아 앞으로 3년간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외부에서는 학부의 우수한 역량을 보고 “몇 년 후에는 명문학과로 발돋움할 것이다”(삼성 디스플레이 이덕화 부장), “우리나라 대학이 가야할 길을 선문대 기계ICT공학부가 보여주고 있다”(씨이텍 김정영 부장) 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2015년 기계공학, 정보디스플레이, 정보통신학과의 평균 취업률은 83.4%로 높았지만 김호섭 교수는 “융합교육이 효과를 내면 몇 년 뒤 우리학부 졸업생들의 실질취업률은 거의 100%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학부의 2015년 2학기 장학금 수혜율은 75.7%. 이 중 등록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26.9%이고 37.7%에 달하는 학생이 등록금의 반액 이상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학부는 올해 2억 원을 투입해 수혜율과 평균액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중에는 학과의 어떤 행사에라도 참여하면 마일리지를 주고, 적립된 마일리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특성화사업참여장학금’도 포함돼 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