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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의 사회탐구]박선숙 김수민 서영교 박인숙의 공통점

입력 | 2016-07-02 03:00:00


정성희 논설위원

불편하다. 리베이트 의혹이나 가족의 보좌관 채용 등 국회의원 갑질의 전면에 등장한 사람이 하필이면 소속 정당과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여자 의원이란 사실이 말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공천 받았는데

여자라는 점 말고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인으로서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정열, 책임감, 판단력을 꼽았다. 이들은 권력에 대한 정열은 충만했지만 상응하는 책임감과 판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당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은 “박선숙에게 돈 문제를 다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사무부총장이 사무총장 모르게 리베이트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믿기 어렵다. 사무총장이 돈 문제를 몰랐다고 하면 무능이며 지시했다면 판단력 부족이다. 이런 처신만으로도 박선숙 의원은 새 시대에 요구되는 정치인으로서 결격이다.

김수민 의원은 한술 더 뜬다. 그는 19대 통합진보당 김재연처럼 20대 국회의 신데렐라다. 브랜드호텔 대표라는 시답잖은 경력으로 비례대표가 된 과정이 석연치 않지만 그건 다음 문제다. 김의 진짜 문제는 청년이 청년답지 못하다는 점이다. 청년답다는 건 불의에 맞서고 저항할 줄 아는 도전정신을 가지는 거다. 그런데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김수민은 “당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발뺌한다. 국민의당 로고 작업을 한 대가를 엉뚱한 데서 받으라는 얘기를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 두 사람은 “잘못이 없다”며 끝내 탈당을 거부했다. 의원직을 유지하며 법정 투쟁을 해보겠다는 뜻이겠지만 당 대표가 사퇴할 정도로 당을 궁지로 몰아넣고도 자신들만 살겠다고 하는 게 볼썽사납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가족 일이라면 눈에 불 켜고 달려드는 생활력 강한 아줌마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운동권이나 정당인 출신이라고 가족을 챙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서 의원이 공분을 사는 것은 입만 열면 갑질을 비판하고 정의는 자신만이 독점한 것처럼 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가족 채용은 20대에서의 일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더 무겁다.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박 의원은 당초에 “두 사람(조카와 동서)이 등록만 해놓고 월급만 타가는 게 아니라 받는 월급의 두 배로 일하고 있다.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 채용도 문제지만 시대에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이들 모두는 여성에 대한 우대와 배려 덕분에 금배지를 달았다. 박, 김 의원은 여성 몫 비례이니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서 의원은 가족을 채용했던 경력이 당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대안 부재, 여성 배려 취지로 공천을 받았다. 새누리당 박 의원이 여성에 대한 가산점 덕분에 공천을 받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성에 대한 가산점이나 의무공천제는 정말 필요한 제도이지만 현역 의원까지 가산점을 받는 것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기득권의 갑질이다.

남자 의원과 다를 바 없는 갑질

우리는 왜 여성 정치인을 원하나. 단순히 남녀의 정치적 대표성을 맞춘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여성이 남성 위주 기득권 정치인에 비해 더 깨끗하고 국민 삶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네 사람은 이 같은 국민의 기대를 쓰리게 배신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