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첫날… 혼란의 현장 누가 맞춤반이고 종일반인지 몰라…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전화 빗발
“선생님, 우리 애 오늘 오후 3시(맞춤반 종료 시간)에 데리러 가야 할까요?”
맞춤형 보육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유모 씨(28·여)는 아침 일찍부터 전화에 시달렸다. 유 씨는 “일단 평상시처럼 데리러 오시라”라고 했지만 답답했다. 구체적인 맞춤반 운영 방침은 고사하고 어느 아이가 종일반(12시간)이고 맞춤반(6시간)인지조차 공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보육 현장에서 벌어진 혼란을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통해 재구성했다.
#오전 9시. 경남 창원시 M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맡기러 온 홍모 씨(28·여)가 용기를 내 원장에게 물었다. “제 아이가 맞춤반인데 오늘 4시까지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 돌아온 답은 “안 된다”였다. 맞춤반도 추가 보육 바우처(월 15시간 지원, 소진 시 시간당 4000원)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용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어린이집은 반을 구분하는 데 품이 더 든다고 보고 당분간 맞춤반도 부모가 원한다면 종일반처럼 오후 4시경까지 돌보기로 했지만 일부 어린이집은 “법대로 오후 3시면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M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28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로 소풍을 나왔다. 이 중 8명은 맞춤반이었다. 원장 A 씨는 “맞춤반이라고 현장학습 도중에 돌려보낼 수 없어 구분 없이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보육 커뮤니티에선 “어린이집이 낮잠에서 덜 깬 맞춤반 아이들을 먼저 하원시켰다”는 호소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오후 5시. 서울 은평구 E어린이집은 종일반, 맞춤반 구분 없이 아이들을 저녁 하원 버스에 태웠다. 오후 3시에 따로 하원 버스를 운행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보육정책위원회와 협의해야 하지만 일정조차 안 잡혔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러 나온 한 어머니가 황망해하며 물었다. “근데 월요일(4일)엔 어떻게 해요?” 보육교사 심모 씨(29·여)는 머리만 긁적였다. “어머님, 저희도 사실 잘 몰라요….”
복지부는 4일부턴 반 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사랑보육포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어린이집이 12시간 종일반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철저히 감독할 방침이다. 장재원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장은 어린이집에 조만간 세부 시행안을 안내하고 간식 등도 차별 없이 제공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