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코린로브라비탈리지음/마리옹뒤발그림·박선주옮김/32쪽·1만2000원/정글짐북스
그런데 그 많은 수박 중 하나가 사라집니다. 빈틈없이 질서정연하게 줄맞춰 심어놓은 밭 한가운데 빈틈이 생기고 말았어요. 앙통은 잃어버린 수박 한 통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밭에는 빽빽이 들어찬 수박들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지만 사라진 수박 한 통이 있던 자리만 점점 더 크게 느껴졌지요.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옹 뒤발은 그림만으로도 앙통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수박이 사라지고 없는 빈자리에 서 있는 앙통은 마치 한 통의 수박처럼 보입니다. 자신은 사라지고 수박에 대한 생각만 남게 되었어요. 그런 정황은 앙통보다 훨씬 크게 그려진 수박 그림으로 더 분명하게 구체화됩니다. 눈동자마저 수박이 되고 흘리는 눈물은 붉은 수박 과즙 색깔이에요.
서로 짝을 이루는 장면들이 비슷한 구도나 배치를 보여주는 동안 앙통도 해답을 찾게 되지요. 앙통의 질서가 사라진 들판에 더 이상 빈자리는 없습니다. 이제 앙통은 사라진 수박 한 통은 잊고 사랑과 정성으로 기른 수박들을 다른 존재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달고 시원한 수박 한 조각과 함께 앙통의 마음만큼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간과 정성이 깃든 스텐실 기법의 아름다운 그림도 즐겨보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