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發 환율전쟁]
○ 영국, ECB 등 통화정책 완화 시사
중국은 당분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의도가 없다”며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후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환율 변동의 시스템 아래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일 런민은행은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28% 전격 절하했다. 전날의 성명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중국은 앞으로도 위안화 평가절하와 경기부양 대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엔화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재계의 엔화 가치 절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엔화 강세 여파를 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브렉시트 대책회의에서 “모든 정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쟁국들은 엔화 절하의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일본은 통화 절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 개입은 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ECB가 매입 대상 채권 기준을 낮춰 사들일 수 있는 채권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 글로벌 금융기관 세계경제에 ‘경고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율 전쟁이 본격화한 것은 브렉시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EU의 신용도를 기존 AA+에서 한 계단 아래인 AA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브렉시트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참석해 “브렉시트는 금융시장에 2007년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견줄 만한 위기를 촉발시켰다”고 우려했다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전했다.
하지만 신흥국도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일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개발도상국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면 환율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우리는 최근 금리를 낮췄으니 시장을 신중하게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