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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외국인만…” 꾸란 못 외우면 살해

입력 | 2016-07-04 03:00:00

IS 연계세력, 방글라데시 테러




“방글라데시인은 밖으로 나가라. 우리는 오로지 외국인만 죽인다.”

1일 저녁(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인 밀집 지역 음식점에서 발생한 테러는 철저하게 비(非)무슬림만을 겨냥했다. 식당 지배인 수몬 레자는 “괴한들은 들어오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을 쐈다”라고 전했다.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총을 쏘던 테러범들은 종업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한 뒤 검은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러곤 외국인만 노렸다. 아르헨티나 출신 요리사 디에고 로시니 씨는 지붕 난간으로 빠져나가 2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로시니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영화처럼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의 아버지인 레자울 카림 씨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했다”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내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과는 달리 테러범들은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 출신으로 대부분 집안이 부유했다.

미국 언론들은 2일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전략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시리아에서 점령지의 상당 부분을 잃자 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군 대변인 나임 아슈파크 초두리 준장은 “배후가 어떤 집단인지 바로 확인할 수 없지만 잘 훈련된 테러리스트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외부 세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IS는 1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테러와 6월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에서 보듯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에 집중하고 있다. IS는 방글라데시 테러 이틀 뒤인 3일 새벽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상업지구인 카라다 지역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최소 125명이 숨지고 147여 명이 다쳤는데 이는 올해 IS가 바그다드에서 저질렀다고 주장한 테러 중 인명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3일 IS 연계 통신사인 ‘아마끄’에 따르면 IS는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사실상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조직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IS가 ‘비밀부대를 운영 중인 국가’라고 밝힌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튀니지, 방글라데시, 프랑스 등 7곳이다.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민간인 희생으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의무는 테러범들에게 더 큰 힘으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로 7명이 희생된 일본에서는 3일 모든 언론이 뉴스 머리기사로 다루는 등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2일 참의원 선거 유세를 취소하고 사태 대응을 지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통한의 극치”라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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