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귀국 롯데 신동빈회장 소환 방침
○ “손실 감추려던 지시가 ‘부메랑’으로”
검찰이 확보한 수천억 원 배임 혐의의 핵심 줄기에는 그룹 정책본부가 무리하게 계열사를 동원해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참여시킨 것이 포함된다.
금융시스템 제공 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은 금융 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지만 적자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총 360억 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이 참여했다. 문제는 이 유상증자가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고, 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들을 ‘동원’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계열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받아냈다. 또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담은 일부 계열사의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롯데그룹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정책본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 회장이 평소 계열사의 세부적인 사안까지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와 관련한 제반 사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에 대해 굳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해외 사업이 계속 손실이 나자 계열사 자금을 해외 법인에 빌려주고 또 다른 계열사가 여기에 지급보증을 서주면서 계열사에 손실을 입힌 정황도 수사 대상이다. 2010년 2조7750억 원이던 롯데그룹의 지급보증액은 지난해 5조607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경영 손실을 감추기 위해 신 회장이 내린 무리한 지시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를 옥죄는 형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 법인세 탈루,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도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김모 전 재무담당 이사는 허위 재무제표로 국세청과 법원을 속여 240억 원대의 법인세를 환급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이사가 이 같은 회계 사기를 ‘윗선’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했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을 원료 수입 과정에 끌어들여 ‘통행세’를 일본 계열사에 안겨준 정황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의 주주들이 반대한다”며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익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일본인 주주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의식한 조처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더욱이 롯데가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복잡하게 출자한 회사 중 상당수는 조세 피난처에 있다. 한 예로 롯데그룹 글로벌 화학사업 부문 지주회사 격인 롯데케미칼은 여러 출자 단계를 거쳐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인 모리셔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주소지를 둔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과 그 계열사들이 출자를 빙자해 회사 자금을 조세 피난처로 옮긴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의 귀국에도 롯데그룹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 절차가 검찰 수사로 ‘올 스톱’되면서 신 회장이 꺼낼 수 있는 경영 쇄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신 회장의 피의자 신분 소환이 확실시되고 있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롯데그룹의 경영 공백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준일·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