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밴드 잠비나이의 2집 ‘은서’
최근 2집 ‘은서’를 세계시장에 발매한 밴드 잠비나이가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공연장 ‘파라디소’에서 팬들과 함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재혁(드럼) 심은용(거문고) 이일우(기타 피리 태평소) 김보미(해금) 유병구(베이스). 최재혁과 유병구는 최근 객원멤버로 합류했다. 텔테일하트 제공
네시, 설인처럼 은밀히 서식한다는 동물의 존재를 믿고 추적하는 비공인 학문.
“모두들 ‘설마 그런 음악이 존재하겠어?’ 할 때 당신들이 못 본 것일 뿐 여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심해에서 실러캔스(어룡)가 발견된 것 같은 충격을 줄 만한 음악….”(잠비나이)
시공간을 자욱하게 메우는 전기기타의 잔향. 둔중한 악곡, 출렁대는 변박을 타고 단속(斷續)되는 반복악절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플래시백처럼 듣는 이를 놀라게 한다. 귀곡성처럼 칭칭 조여 오는 해금, 타닥타닥 치닫는 거문고의 소리는 알맹이 쪽에 있다.
“중학교 때 밴드 세풀투라(브라질), 나인인치네일스(미국)가 원주민 음악이나 기계음과 밴드 사운드를 결합해내는 것을 봤어요. 국악은 지루한 음악, 옛 음악이란 편견, ‘국악기는 풍류방, 한옥에나 맞는 악기’란 속설을 깨부수려면 강렬한 사운드가 필요했죠.”(이일우)
리더 이일우는 중1 때 피리를, 중3 때 전기기타를 잡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동기(2001년 학번)인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과 의기투합해 2009년 만든 게 잠비나이다.
이일우는 “(신작 첫 곡) ‘벽장’은 국악관현악단에 있을 때 겪은 성추행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고 했다.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QR코드)는 환경파괴를 다뤘다. “‘억겁의 인내’는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에 쓰이는 대취타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자기 인생의 영웅으로서 고난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이일우) 마지막 곡 ‘그들은 말이 없다’는 세월호 얘기다. “중요한 순간에 말도 행동도 없었던 정부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을 다루고 싶었어요.”(이일우)
작년, 재작년 공연 때 산 잠비나이 티셔츠를 입고 기차로, 비행기로 날아와 관람하거나 수줍게 팬레터를 전달하는 벽안의 남녀노소 팬이 많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사람에 따라 춤추거나 울거나 웃거나 키스를 하기도 하는 유럽 관객들의 반응이 재밌어요.”(잠비나이)
잠비나이는 4일 오전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해외 일정이 빼곡한 탓에 한국 공연은 11월 12일(플랫폼창동61)에야 연다.
“만일 양악과 국악이 나눠지는 일이 없었다면 기타든 거문고든 다 그냥 ‘악기’였을 거예요. 그들이 만나 만드는 음악, 그냥 ‘현대음악’으로 불러주세요.”(이일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