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995년 데뷔작 ‘환상의 빛’ 7일 개봉 자살한 남편의 잔상을 껴안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여인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도 유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은 남편의 자살 이후 새로운 가족을 만나 남은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씨네룩스 제공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에겐 상실이다. 어찌 슬픔이 복받쳐 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본의 고레에다 감독(54)은 오열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담담히 어깨를 두드린다.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그의 데뷔작 ‘환상의 빛’(1995년)이 7일 국내에 처음 개봉한다.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국내 개봉)를 비롯해 나오는 영화마다 세계적 상찬을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 줄곧 사별(死別)에 집착(?)해온 그의 끈기는 첫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자살한 남편의 잔상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 유미코(에스미 마키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먹먹하나 담백한 영화 대사처럼 감독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참으로 자극적인 세상에서 심심하고 시원한 냉면 같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여름에 더 어울린다. 무더운 여름, 우리를 찾아온 그의 데뷔작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