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폭염… 온열질환자 급증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23일∼6월 25일 전국에서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환자는 1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명 늘었다. 온열질환은 증상에 따라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피로 등으로 구별된다. 이 중 가장 증상이 가벼운 열피로는 땀으로 체내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배출돼 생기는 질환이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다.
열실신은 오랫동안 고온에 노출돼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일사병’으로 부른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다리 쪽을 높게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열경련은 무더위 속 과도한 신체 활동으로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신체 활동에 앞서 이온 음료를 충분히 섭취하고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면 예방할 수 있다.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빨리 체온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119에 신고한 뒤 시원한 곳에서 환자의 옷을 벗기고 얼음물이나 알코올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없다고 억지로 물을 먹이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기도가 막혀 더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임지용 교수는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면 바닥이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뇌나 목 부위를 다치는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를 무리해서 옮기기보다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이나 작업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이온 음료나 과일 주스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콜라나 맥주 등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득이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최소 2시간마다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실내에 있을 때에는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고 시원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 고혈압이나 심장병, 당뇨를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