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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에 “아직 안 자나” 업무 e메일… ‘올빼미’ 오바마

입력 | 2016-07-04 03:00:00

NYT ‘퇴근후 일상’ 상세히 소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9월 17일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룸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하는 모습. 오바마 대통령은 저녁식사 뒤 이곳에 혼자 머물며 밤늦게까지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이 사진에 ‘보기 드문 모습’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사진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아직 안 자나?”

데니스 맥도너 미국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오전 1시경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제목의 e메일을 받았다. 대통령이 블랙베리 휴대전화로 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e메일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 테러 직후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하는 원고를 3시간 넘게 고쳤으니 보고 의견을 달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오바마 대통령의 퇴근 후 일상을 측근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칭 ‘올빼미형 인간(night guy)’이다. 퇴근 후 늦게까지 깨어 있다. 수면 시간은 5∼6시간 정도다.

공식 일과를 마치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퇴근해 오후 6시 반경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다. 40분 동안 식사를 한 뒤 거처 내 별도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룸’으로 간다. 공식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달리 TV도 있어 편안한 분위기다. 집권 초에는 개인요리사였던 샘 카스와 식사 후 당구를 치고 두 딸과 대화 시간을 가졌지만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든 후로 자녀와의 저녁 대화는 거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리티룸에서 4∼5시간을 혼자 보낸다. 주로 보고서를 읽거나 주요 원고를 정리한다. 오후 8시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부처에서 취합한 브리핑 자료를 보내온다.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읽기 벅찰 정도로 엄청난 분량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꼼꼼히 읽는다. 아침에 출근해 보면 보고서에 대한 질문과 코멘트 내용, 그리고 결정이 완성돼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으로 우송되는 국민의 편지 가운데 참모들이 매일 선별하는 10통을 읽는 것도 이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밤에 읽은 코네티컷 주 중학교 교사 리즈 오코너의 편지는 “어떻게 평범한 시민들이 전쟁 무기를 사도록 허용할 수 있느냐”며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보고서 읽기 외에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시청하거나, 소설을 읽고, 아이패드로 낱말 맞히기 게임인 ‘워드 위드 프렌드’를 한다. 부인 미셸 여사와 ‘왕좌의 게임’ 같은 인기 드라마를 시청할 때도 있지만 함께 침실로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미셸 여사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녁식사 후에는 아무리 늦게 자도 간식을 먹지 않는다. 음료수도 생수 외에 카페인 음료나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 아몬드 7개를 먹으며 보고서를 읽는다고 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