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가 ‘백범일지’에서 수감 생활을 회고하며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는 격으로, 내 죽을 날이 당할 때까지 글이나 실컷 보리라 하고 손에서 책을 놓을 사이 없이 열심히 글을 읽었다. 감리서 직원들이 종종 와서 내가 신서적에 열심 하는 것을 보고는 매우 좋아하는 빛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수감 중 이희호 여사에게 도서 차입을 부탁하거나 가족에게 권하는 책을 적은 서신을 자주 보냈다. 18번째 서신에서 차입을 부탁한 책들 중 일부는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 야스퍼스의 ‘니체와 기독교’, 한스 켈젠의 ‘민주주의와 철학 종교 경제’,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이다. 역사, 철학, 문학, 사회과학에 걸친 폭넓은 지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독서는 수감 생활의 고통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효능을 지녔나 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버트런드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반전(反戰) 선동 혐의로 체포되어 6개월간 복역했다. 그는 수감 중 리턴 스트레이치의 ‘빅토리아 시대의 명사(名士)들’을 읽다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감방이 떠나갈 듯 웃었다. 간수가 러셀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곳이 처벌을 받는 곳임을 잊지 마시오.”
책을 읽지 않는 핑계는 넘쳐난다. “진정 책을 읽고 싶다면 사막에서나 사람의 왕래가 잦은 거리에서도 할 수 있고, 나무꾼이나 목동이 되어서도 할 수 있다. 뜻이 없다면 조용한 시골이나 신선이 사는 섬이라 할지라도 책읽기에 적당치 않을 것이다.” 청나라 증국번(曾國藩)의 말과 옥중 독서인들의 진실한 뜻이 핑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