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돌아올 거예요”
한국의 대표 영화 감독인 홍상수와 올해 칸의 레드카펫에 섰던 톱 여배우 김민희가 ‘열애’ 중이다. 홍 감독이 유부남이라는 사실, 22세의 나이 차는 이들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은 듯했다. 6월 말 현재 해외 체류 중인 두 사람은 ‘불륜’ 보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홍 감독이 측근에게 ‘미안하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불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이후 홍상수 감독의 가족은 큰 고통을 겪어왔다. 〈여성동아〉의 취재 요청에 부인 C씨는 홍 감독과 영화, 가정을 위해 직접적인 인터뷰만은 거절해왔다. 〈여성동아〉의 주변 취재와 홍 감독 부부를 곁에서 지켜본 친지가 그동안 〈여성동아〉 기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여성동아〉의 마감일인 6월 21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의 ‘불륜’이 인터넷 매체의 1보로 알려졌다. 그동안 홍상수(56) 감독의 외도로 눈물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어왔던 홍 감독의 부인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혼은 안 합니다. 남편을 기다릴 거예요.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참담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사람, 다시 돌아올 거라 믿어요.”
두 사람의 실명을 밝힌 ‘불륜’ 기사가 보도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지만, 칸이 사랑하는 한국의 감독 홍상수와 영화 〈아가씨〉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김민희가 세 편의 영화를 함께 찍으며 부적절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은 기자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칸 영화제 직전에는 두 사람의 연애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된 소위 ‘지라시’가 메신저를 타고 광범위하게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포스터.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촬영한 첫 영화다.
그러나 부인 C씨와 그녀를 바로 곁에서 보살펴준 친지를 통해 기자는 이들 부부와 가족에게 벌어진 일들과 C씨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는 신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때 한 관객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시냐?”고 묻자 홍 감독은 “죽어도 된다. 안달하지 말자. 두려움보다는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생각 많이 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이를 감독의 ‘예술론’으로 이해했으나, 집에서 이를 인터넷으로 본 부인은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믿고 싶지 않았던 의심이 사실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예감은 바로 다음 날 홍 감독의 ‘가출’로 현실이 됐다.
홍 감독 부부는 1960년생 동갑내기로 미국 유학 시절 만나 절절한 연애 끝에 1985년 결혼했다. 부인 C씨는 깨끗한 외모에 UC버클리를 나온 재원으로 당시 미국 영주권자였다. 결혼으로 홍 감독도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이후 30년 동안 C씨는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데 전력을 다했고, 지난해 7월 4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다 별세한 홍 감독의 어머니 고 전옥숙 여사도 정성으로 간병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부인 C씨에게 상처를 안기고, 외동딸에게는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 그 여자가 용기를 줬다. 이제 그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 감독이 가족에게 한 말들이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결혼이라는 허울뿐인 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 C씨의 입장은 변함없이 확고해 보였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친지는 “C는 홍 감독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딸이 어려 업고 다니던 20년 전에도 홍 감독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가고 장모에게 이혼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상대는 당시 영화 제작부의 스태프였다. 하지만 그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돌아왔다. 이후 홍 감독은 줄곧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C도 존경받는 영화 감독의 부인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고 말했다.
C씨는 20년 전처럼 남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평소 ‘가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던 남편이 또 다시 다른 여자에게 빠진 것을 알게 되자 C씨는 상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이번에는 상대가 ‘홍상수의 뮤즈’로 꼽히는 배우 김민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 무렵 김민희의 소속사도 홍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 관계임을 알고 이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소속사에서는 김민희에게 ‘연기냐, 홍 감독이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지만 김민희는 주저 없이 홍 감독을 선택했다고 한다. 소속사는 결국 김민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지난해 말 조용히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친지에 따르면 상대가 김민희라는 것을 알게된 직후엔 ‘불륜’ 사실을 언론에 알릴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C씨는 폭로를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 C씨의 친지는 “당시 김민희가 모델을 하던 업체와 제작 중이던 영화에 피해를 줄까봐 걱정을 한 것 같다. C는 원래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다. 밖에서 친구나 친척을 만나다가도 홍 감독이 집에서 뭐 먹고 싶다고 전화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갈 정도였다. 홍 감독도 ‘집돌이’에 ‘딸 바보’였다. 그런 남편을 빼앗아간 사람, C에겐 가정 파괴범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온갖 언론에 당당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고 미사여구로 찬사를 받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이 가출하기 두 달 전인 지난해 7월 김민희가 홍 감독의 모친상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때 이미 심각한 사이였지만 집에서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C도 톱스타가 몸소 찾아왔다며 김민희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모욕이었어요.”
C씨는 김민희를 직접 만나려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가 하마터면 큰 싸움에 휘말릴 뻔했다고 한다. C씨가 막상 김민희를 보자 감정이 격해져 따귀를 때렸고, 김민희도 ‘그러게, 남편 관리 좀 잘하지 그랬느냐’며 맞섰다는 것. 이 소란에 마침 이 집에 와있던 김민희의 어머니가 그 상황을 목격했고, 이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C씨와 이야기를 나눈 김민희의 어머니는 홍 감독을 만나 딸과의 관계를 정리하도록 종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C씨도 이를 믿고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관계가 보도된 시점까지도 두 사람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혹시 C씨가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주변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를 챙기고 있다면서 C씨가 당장은 충격을 받은 친정 어머니 때문에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 감독의 딸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엄마를 걱정해 집을 나설 때마다 ‘혼자 계시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고 했다.
저예산 영화를 찍는 감독의 부인으로 살면서 영화계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30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C씨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영화 〈아가씨〉의 흥행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홍상수 감독 부인 〈아가씨〉 흥행 걱정, 남편은 돌아올 것이라 믿어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세 편에 출연하며 그의 뮤즈가 됐다. 둘이 함께한 첫 작품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이 영화가 크랭크업한 이후 본격적으로 사귀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중순 서울 마포구에서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찍으며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에게는 밤샘 촬영이 많아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얻었다고 말했고, 현장에서는 촬영을 끝내자마자 귀가한다며 사라졌다고.
올해 1월 강원도 강릉과 삼척 일대에서 찍은 김민희와의 두 번째 영화는 아직 이름도, 개봉 계획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어 최근 프랑스 칸에서 홍 감독은 김민희와 세 번째 영화를 찍었다. 이 때문에 김민희는 〈아가씨〉 개봉에 즈음해 가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마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미 ‘불륜’ 소문을 알고 있는 기자들의 ‘조심스런’ 질문에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작업 방식이 나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아가씨〉가 동성애를 소재로 한 까닭에 사랑에 대한 질문도 이어지곤 했는데, 김민희는 “이제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어릴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이제는 주어진 현실에서 나를 발견하려고 한다. 바란다고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김민희는 최근 친한 지인에게 ‘내가 희생해서 홍상수 감독님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기사가 터져도 괜찮다. 터지면 바로 인정할 것’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그렇다면 홍 감독은 그동안 ‘행복하지 않게’ 살아왔을까. 기자는 홍상수 감독이 2년 전 장모님에게 보낸 생일 카드를 볼 수 있었다. 의례적인 인사임을 감안해도 홍 감독이 부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님 덕분에 정말 착한 C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착하고 예쁘게 키워주셨습니다. 못난 저도 가족이라고 맘 많이 쓰시고 아껴주셨습니다. 어머님, 건강하시고 오래 저희와 함께 좋은 하루를 많이 즐기시기를 소원합니다.’
부인 C씨는 남편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한 성찰을 다룬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불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 인생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 문제 없지. 단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을 뿐.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는 낮과 감행하지 못한 모험에 대한 갈망이 있을 뿐.”
모든 것을 다 가진 소설 속 주인공은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모험을 감행한다. 그것이 불륜의 시작이었다. 재능과 명예, 인기,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홍상수 감독과 톱스타 김민희는 무슨 이유였을까.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뉴스1 뉴시스 | 사진제공 · 화인컷 | 디자인 · 최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