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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Jeong Yeon〈워킹 맘 육아 대디〉로 드라마 데뷔 오정연의 새로운 여행

입력 | 2016-07-04 09:57:00


생긋 웃는 그녀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그녀에 대해 절반 정도 아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모진 말을 내뱉는 새침한 모습까지 떠올랐다면 꽤 많이 아는 셈이다. 하지만 그게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오정연은 그보다 훨씬 더 보여줄 게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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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스태프들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 쏠려 있다. 헤어나 메이크업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포즈나 동작이 스타일과는 잘 맞는지, 조명이나 앵글이 그녀를 담아내기에 충분한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 순간, 비로소 플래시가 터진다. 10여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자신이 해석한 방식대로 표현해낸다. 해석력과 연기력이 간절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촬영장에서 만난 오정연(33)을 보며 느낀 건 “상당히 영민하다”는 것. 아나운서 생활이 몸에 배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은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지나친 기우였다. 그녀는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았고, 카메라 앵글에 눈을 맞추며 호흡하는 법을 알았다. 아나운서라는 이름표를 뗀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 모니터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세상 밖으로 나온 호기심 많은 여행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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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이 궁금해진 건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완벽주의 알파맘 주예은을 만난 후였다. 주예은으로 분한 오정연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악에 받쳐 모질게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에선 어쩜 저리 모질까 싶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참 짠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처음 도전하는 연기에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으니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고 싶다”던 그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프리랜서로 나오면서 이런 인터뷰를 했어요.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저는 늘 그런 마음가짐이었는데,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그걸 어렵게 만들더라고요. 드라마 방영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 처음 인사하는 자리기에 ‘아나운서’ 오정연이 떠오르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더 과감한 트임이 있고, 언밸런스한 콘셉트의 의상을 골랐어요. 요즘은 ‘드라마를 보다 오정연을 닮은 배우인 줄 알고 검색했는데 진짜 그 오정연이 맞아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제1차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일할 때도 신이 나요.”

오정연이 배우의 길에 들어선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오밀조밀 예쁜 이목구비에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며 꾸준히 다져온 몸매. 10년 가까이 아나운서로 방송 일을 해왔으니 연예계의 생태계도 잘 아는 그녀였다. 아나운서 동기인 최송현, 전현무, 이지애 아나운서가 퇴사한 후 마지막으로 KBS를 떠날 때만 해도 자기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원래는 대학원에서 방송을 전공하고 있었거든요.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연극영화학 전공으로 전과를 했어요. 연기를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으면서 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거든요. 덕분에 영화도 보고 희곡도 많이 접하면서 전보다 더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그녀는 이번에 새로 생긴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깔끔하고 정갈한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항상 보조개가 만개한 얼굴로 생긋 웃던 오정연은 최근 수만 가지의 표정이 생겼다.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있는 대로 신경질을 내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펑펑 울기도 하는 주예은의 모습에서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감정들을 발견한 것이다.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새침하고 도도할 것 같다고들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에요. 평소에 크게 소리를 내서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누구랑 말다툼할 줄도 모르고요. 돌이켜보면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이미지가 싫어서 일부러 더 웃고만 살았던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은 악역을 맡았다고 하니 ‘그게 너랑 어울려?’ 하면서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다들 요즘에는 제가 무섭게 느껴진대요(웃음).”

천진난만하게 미소 짓는 그녀지만, 사실 그녀에겐 한 차례 이혼한 아픔이 있다. 유명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세간의 지나친 억측과 관심 탓에 그녀로선 참 힘든 시간이었을 터. ‘반듯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무게감 때문에 속상한 일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그녀다.

“제 사주에 스물일곱부터 서른두살 까지는 인생이 참 고달프대요. 일이 잘 안 풀린다는 거예요. 사주팔자를 아주 믿는 편은 아닌데 너무 딱 맞히니 신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른세 살 이후부터는 마음이 편해지고, 특히 올해에 계약할 일이 많다고도 했어요. 주예은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으니 이제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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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외모 뒤에 숨겨진 악바리 근성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서울대 출신이라는 화려한 스펙. 일과 학업을 병행했던 지난 학기에도 그녀는 대학원에서 전 과목 A+를 받았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고야 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한때 요리에 빠져 밤새워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셀프 인테리어에 재미를 붙였을 땐 아침이 될 때까지 벽에 페인트칠을 했어요. 어딘가에 한번 꽂히면 악바리같이 달려드는 스타일이죠. 드라마 속 주예은은 아들 민호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저는 실제로 어머니께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어요. 다만 성과가 좋을 때 함께 기뻐해주셨고, 좌절할 땐 함께 속상해하셨죠.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스스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극 중 민호 아빠가 ‘공부는 스스로 발동 걸려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거기에 완전 공감해요.”

연기자가 된 후 가장 크게 놀란 게 있다면 촬영을 위해 정말 밤을 꼬박 새운다는 것.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리허설과 촬영을 마치고 다음 날 오전에 집에 들어가는 일도 부지기수인 데다,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주말도 헌납했다. 촬영 초반엔 체력적인 부담 탓에 폐렴까지 걸렸다. 드라마에 누가 될까 아픈 내색 한번 하지 않았던 그녀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목이 계속 잠기더라고요. 촬영 중에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사탕을 달고 살아요. 아나운서로 활동할 때도 가끔씩 썼던 방법인데 그러면 목이 좀 촉촉해지더라고요.”

눈물 연기를 앞둔 날에는 특히 잠을 더 설쳤다. 막상 슛이 들어갔을 때 생각처럼 눈물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지원군이 돼준 사람은 직장 동료였던 배우 최송현. 회사에선 동기였지만, 연기자로서는 한참 선배다.

“눈물 연기를 앞두고 송현이에게 ‘나 정말 눈물이 잘 날까?’ 하고 고민을 털어놨던 적이 있어요. 자기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면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더라고요. 한 가지 팁이 있다면 풀 샷을 찍을 때보다 버스트 샷을 찍을 때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대요. 감정을 잘 축적해놨다가 쏟아내야 한다고 조언해줬어요.”

얼마 전 있었던 한석준 전 아나운서의 생일 파티 자리에선 박지윤 전 아나운서도 만났다. 연예계 대표적인 육아맘인 그녀는 후배 오정연의 드라마를 빠짐없이 챙겨 보고 있다며 훈훈한 응원의 말도 건넸다. 늘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더 힘이 난다.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많아졌지만 그녀의 삶은 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그녀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못 해서 속상해하는 게 낫지 않냐”며 “먼 미래를 구상하기보다 진짜 내 모습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요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가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특유의 보조개 미소를 날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하의 실종 패션이다. 그제야 비로소 오정연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새장을 박차고 나온 그녀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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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희순|화보 진행 · 최은초롱 기자|사진 · 목정욱 |디자인 · 김영화|헤어 · 강미미(파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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