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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방글라 허망한 죽음에 슬픔에 잠긴 열도

입력 | 2016-07-04 17:03:00


“누구에게든 사랑받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습니다. 설령 다리가 하나 둘 없어졌더라도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이야….”

이슬람국가(IS)의 방글라데시 인질테러로 숨진 일본인 오카무라 마코토(岡村誠·32) 씨의 아버지는 4일 보도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비통해했다. 이번 테러로 숨진 일본인 7명은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개발도상국 방글라데시를 돕겠다고 자원해 간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의 허망한 죽음에 일본 열도 전체가 슬픔에 휩싸였다. 일본인 유가족들은 정부 전용기를 타고 3일 오후(현지 시간) 현지에 도착해 시신을 대면했다. 교도통신은 “유족들이 초췌한 표정이었으며 거의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교통 전문가인 오카무라 씨는 국제협력기구(JICA)의 협력업체인 건설 컨설팅 회사 ‘알멕 VPI’ 소속으로 터키,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돌며 교통 인프라를 연구했다. 지난달 10일 방글라데시에 도착해 악명 높은 수도 다카의 교통체증 해결방안에 몰두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개발도상국을 돕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해외출장 중에 만난 약혼녀와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결혼을 앞두고 저 세상으로 간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가장 연장자인 다나카 히로시(田中宏·80) 씨는 국철(현재의 JR) 철도기술연구소에서 평생을 바친 철도 전문가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는 은퇴 후 전문성을 살려 철도 및 도시 개발 컨설턴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외부강연을 다니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에서 조사 업무도 했다. 지난달 초 JICA의 협력업체인 오리엔탈 컨설턴트 글로벌 소속으로 현지에 파견됐다. 일본이 철도 건설을 지원한다면 돈이 얼마나 들지 조사하는 임무였다. 지인은 “풍부한 경험으로 좋은 조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연소인 시모다이라 루이(下平瑠衣·27) 씨는 건설 컨설팅 전문가로 학창시절부터 비정부기구(NGO)에서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왔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에도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 인턴으로 일했다. 2년 전 ‘알멕 VPI’에 합류했다. 토목 기술자인 구로사키 노부히로(黑崎信博·42) 씨는 아내와 세 딸을 둔 성실한 가장으로 조깅이 취미였다. 인근 주민들은 “그림처럼 행복한 가정이었다”고 애도했다. 도쿄(東京) 중심가인 도라노몬(虎ノ門)의 지하보도 정비사업 책임자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국내에서 얻은 노하우로 해외에 기여하고 싶다”던 꿈을 이루려다 변을 당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