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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이었다” 막 내린 아이슬란드 돌풍

입력 | 2016-07-04 17:17:00


“행복한 여행이었다. 프랑스전의 전반전을 제외하면 매분 매초가 가슴을 울렸다” (라르스 라예르베크 아이슬란드 공동 감독)

“아이슬란드같이 작은 팀에게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고국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말해 줄 수 있게 됐다” (아이슬란드 미드필더 길비 시귀르드손)

국토 80%가량이 빙하, 호수 등으로 구성된 아이슬란드의 척박한 환경 속에 실내 축구장에서 공을 차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운 ‘인도어 키즈’의 동화 같은 도전이 막을 내렸다.

아이슬란드의 ‘얼음 전사’들은 4일 프랑스와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경기장을 찾은 3만여 명의 아이슬란드 응원단은 조용히 두 팔을 들어올리고, 관중석으로 걸어오는 선수들을 향해 북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후’라고 외쳤다. 통상 경기 후에 박수를 유도하는 것은 선수들이었지만 이날은 팬들이 먼저 나섰다. 경기에서 졌지만 유로 2016에서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팀)의 반란’을 보여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조직적인 응원으로 눈길을 끈 아이슬란드의 ‘바이킹 박수’와 구호는 점차 속도가 빨라졌고, 선수들도 팬들과 함께 어우러져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아이슬란드는 이날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최국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2-5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960년 유로 대회가 시작한 이후 첫 본선 무대를 밟은 아이슬란드는 16강전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격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프랑스에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선수와 팬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응원전을 펼친 한 팬은 “대표팀이 축구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와 자신감을 심어줬다. 금융 등 경제 발전과 관련한 뉴스보다 대표팀 소식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로 2016 여정을 마무리한 아이슬란드는 상승세를 바탕으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시귀르드손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슬란드가 앞으로 몇 년간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9월부터 시작되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핀란드와 본선행을 다툰다.

한편 아이슬란드를 꺾은 프랑스는 준결승에서 ‘전차 군단’ 독일과 맞붙는다. 이 경기 승자는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준결승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