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취임한 후 나흘 동안 경찰이 최소 30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하는 등 공격적인 단속에 나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3일 현지 언론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수도 마닐라 외곽 라구나 주에서 마약 거래상 2명이 사살됐고 북부 칼로오칸 지역에서도 2명이 같은 혐의로 총격을 받아 숨졌다. 경찰은 또 퀴아포 지역에 있는 한 사원에서 마약 용의자 5명을 사살하는 등 지금까지 총 30여 명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이 임무 수행 중에 1000 명을 죽여도 내가 보호해줄 것"이라며 경찰의 과잉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취임 6개월 내에 범죄를 완전 소탕하겠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약 이행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필리핀 사회의 골칫덩이인 마약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 방침을 지지하면서도 범죄 혐의도 확정되지 않은 이들을 사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쓰는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이번에 사살된 한 마약 용의자의 부인은 "남편은 상수도 수리 공사를 하려던 중이었고 무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필리핀 인권위원회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속 과정에서 초법적인 즉결처형이 이뤄지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