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보다 골반에 통증 집중, 걸음걸이 오리걸음 모양으로 변해
직장인 김모 씨(29)는 최근 하루만 야근해도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마침 직장선배로부터 사원복지를 위한 헬스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규칙적인 운동을 할 것을 결심했다. 운동 첫날, 그는 3시간 동안 러닝머신과 역기운동을 실시했다.
다음날 몸이 개운하기는커녕 허리가 뻐근했지만 ‘당연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1주일가량 운동을 지속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웠던 통증이 허리를 넘어 다리까지 저리고 당기는 증상으로 변했다. 악화되는 통증에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척추전방전위증’을 진단받았다.
허리통증과 관련이 깊은 척추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척추전방전위증은 장마가 다가오는 여름철에 통증이 악화되는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허리, 골반, 허벅지, 다리, 발목에 통증을 유발하며 보행에 장애를 일으키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노화가 시작되면서 척추와 주변 관절 인대가 탄력성을 잃고 발병하기도 한다.
주로 오래 걷거나, 앉았다 일어서거나,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진다.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느껴 증상이 비슷한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척추가 어긋나면서 통증이 발생하므로 허리보다 골반 부위에 통증이 집중되거나, 걸음걸이가 ‘오리걸음’처럼 변하는 게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에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는 여름철에 정점을 찍었다. 월평균 내원 환자 수보다 약 2000여명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환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13만명이었던 환자는 2014년 15만4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심재현 청담마디신경외과 원장은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위와 아래 뼈가 어긋나면서 통증과 변형이 일어나는 질환”이라며 “노년층과 중년 이상 50~60대 여성에서 호발하지만 최근엔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작업하는 직장인들이 갑자기 무리한 운동에 나서다 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가 시작되는 7~8월엔 운동뿐만 아니라 사고로 인한 외상도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중년 여성 환자가 많은 이유로는 ‘폐경기’를 꼽았다. 심 원장은 “여성은 폐경을 맞으며 근골격계가 약화되고, 근육량이 적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외부활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적잖다”며 “이때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통증을 참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허리와 골반의 약해진 인대와 근육을 재생시키는 프롤로치료가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심 원장은 “척추전방전위증은 조기에 치료하는 게 관건이며, 평소 허리에 자극이 되는 동작을 자제하고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시행해 약해진 척추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취재/글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