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금은방 밀집지역에 있는 한국금거래소.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금값이 치솟자 금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에 걸려오는 금 관련 문의 전화도 지난달 초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일부 직원은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며 매입을 권하기도 했다. 송중길 한국금거래소 상무는 “금값이 꽤 올라서인지 오늘은 금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며 “앞으로도 금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금시장이 바빠졌다. 금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값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금 1g 가격, 첫 5만 원 돌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금값이 1g당 사상 처음 5만 원(5만200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결정 직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로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의 국채 수익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 금값이 오르고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가 약세로 돌아섰다”며 지난달 25일 국제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후 브렉시트 충격이 진정되면서 금값의 급등세가 멈췄다. 국내 금값도 1일 1g당 4만8000원 선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7월 초(4만2000원대)보다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금의 수익률은 올 상반기 주요 재테크 상품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지난달 29일 현재 국내 금값은 지난해 말보다 20.73%가 올랐다. 같은 기간 KRX채권지수(총수익지수 기준)가 3.46%, 주식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손실을 냈고, 국내 채권형과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54%와 4.44%에 그쳤다.
○ 장기적 관점 투자 필요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원유보다는 금 투자의 이점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 유럽 재정위기 경험을 고려하면 국제유가는 최악의 경우 20%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이지만 투자 수익률은 원유 등 다른 원자재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손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대 수익률을 높게 잡지 않고 금에 대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골드바 등 현물에 직접 투자할 때 수수료 부담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을 흔든 브렉시트 충격이 진정되면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수그러들면서 급등했던 금값이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금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스코틀랜드 독립 등의 정치적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9∼11월 인도 힌두교 축제, 연말 귀금속 수요 등이 가세하면 금값이 올 4분기(10∼12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