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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름 표기 제각각… 통일해주세요”

입력 | 2016-07-05 03:00:00

다문화인구 200만 시대… 서울살이 외국인들 불편한점 들어보니
28개국 38명 주민대표자회의 열려
“6년 살아도 쓰레기 분리배출 걱정… 그림으로 분류하는곳 알려줬으면”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에서 국적과 외모가 다양한 대표 38명이 진지하게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이 느낀 행정상의 불편이나 아쉬운 점은 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타라키 마리’ ‘퀴델 카림’ ‘단가옥’ ‘세파 필리즈’…. 책상 위에 놓인 명패의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4일 오후 서울시청 태평홀. 피부색도, 성별도 다른 3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처음 열린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는 결혼이주여성과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 인구가 2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 맞춰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이날 회의는 인권 생활환경 등과 관련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첫 번째 자리다.

회의에 참석한 28개국 출신의 주민대표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한 것은 로마자 이름만 적혀 있는 외국인등록증. 참석자들은 “한글 이름도 함께 기록해 달라”고 건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러시아 출신 오미에 씨(여)는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할 때마다 담당자들이 외국인등록증의 로마자 이름을 제각각 발음하는 대로 한글로 쓴다”며 “통일된 한글 이름을 처음부터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예를 들어, ‘Marina Baymaymakova’라는 이름을 보고, 공무원들이 각각 ‘말리나 바’ ‘말이나 빠’ ‘마리나 빠’라고 다르게 쓰는 것이다.

이름이 다르게 표기되다 보니 은행에서 동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름이 길 때는 담당자가 앞이나 뒤를 마음대로 생략해 쓰는 경우도 있다. 아랍에미리트나 러시아의 경우 외국인등록증에 로마자와 아랍어를 병기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대표들은 또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처음부터 외국어로 친절히 알려달라”고 제언했다. 대만 출신 두언문 씨(29)는 “한국에서 산 지 6년째인데도 아직도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법이 어렵다”고 말했다. 방법을 잘 몰라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국인 이웃과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 두 씨는 “영국처럼 그림이나 그래픽으로 분류방법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외국인 주민대표 구성은 다양하다. 결혼이나 유학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온 외국인도 있지만 해외 입양아 출신도 있다. 어릴 때 덴마크로 입양 보내졌던 김동자 씨(43·여)는 ‘돌아온 입양 한국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외국에 입양됐지만 한국으로 뿌리를 찾으러 오는 국외 입양인이 연간 3000∼4000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인이 된 후 한국에서 정착하는 꿈을 갖고 있다. 김 씨는 “다른 외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차별받은 입양인들 중에는 한국 정착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원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외국인 주민대표들의 제언을 들은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등 이들도 실질적인 시정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