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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옥 기자의 야구&]탈LG 효과?… SK “이젠 야구도 R&D 시대”

입력 | 2016-07-05 03:00:00

<연구개발>




세상에 이런 부메랑도 없다. LG는 2일 SK와의 경기에서 정의윤, 최승준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역전패했다. 정의윤과 최승준은 LG가 거포로 키우려고 심혈을 기울였던 선수들이다. LG에서는 만년 유망주였다가 SK로 옮긴 뒤에야 꽃을 피우더니 친정과의 경기에서 함께 비수를 꽂았다. 최승준은 다음 날인 3일에도 또 한 방 쐐기 홈런을 날렸다.

한동안 잠잠했던 ‘탈LG 효과’라는 용어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LG만 떠나면 성공한다’는 이 신조어는 뿌리가 깊다. 2009년 무명 김상현(현 kt)이 LG에서 KIA로 이적하자마자 홈런왕을 차지했고, 미운오리새끼 박병호(현 미네소타)는 2011년 넥센으로 옮긴 뒤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해 시작된 정의윤 돌풍에 이어 LG에서 5년간 홈런 2개가 고작이었던 최승준도 올 시즌 벌써 17개(공동 4위)로 화끈하게 변신했다.

팬들은 ‘탈LG 효과’를 우연이 아닌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인과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구단의 조급증, 가장 큰 야구장, 선수 육성 시스템 부족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한 게 왜 그 혜택을 SK가 독차지하냐는 것이다. 혹시 여기에도 그럴 만한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일까.

SK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SK는 지난해 팀을 원점에 놓고 분석했다. SK는 과거 조범현 감독, 김성근 감독을 거치면서 ‘스몰볼의 팀’으로 전성기를 달렸다. 투수와 수비를 중심에 뒀다. 그런데 이후 이만수 감독 시절 성적이 하락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문제를 찾았다.

결론은 SK의 스몰볼 야구가 문학구장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문학구장은 대표적인 홈런 친화적인 구장이다. 문제는 상대 선수들은 홈런을 뻥뻥 치는데, 정작 SK에는 쓸 만한 거포가 없다는 점. 남 좋은 일만 했던 것이다. SK는 이 모든 걸 수치로 분석했다.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SK는 ‘뜬공’ 데이터에 집중했다. 일단 공이 떠야 홈런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 선수를 찾았고, 그 첫 사례가 정의윤이었다. 이어 포수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최승준까지 영입했다. SK 관계자는 “이전 스몰볼 시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SK는 신인 지명에서도 달라졌다. 2차 1번으로 청소년 대표 4번 타자 출신인 임석진을 뽑았고, 천안북일고 거포인 김동엽까지 지명했다.

SK는 이런 전략적 행위를 ‘야구단의 R&D(연구개발)’라고 부르면서 “정의윤과 최승준의 성공은 R&D의 성과”라고 표현했다. 넥센과 NC도 이런 점이 두드러지고, 이런 팀들이 상위권이다. 넥센은 이전 목동구장의 이점을 활용해 ‘홈런 군단’으로 군림했다가 이제는 고척돔에서 ‘발야구’를 하는 팀으로 컬러를 바꿨다. NC도 작은 구장의 특징을 고려해 거포와 땅볼 투수를 중용한다.

LG도 올해 노선 변경을 선언했다. 홈런 대신 발 빠른 야구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그 성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팀 개조 과정에 시스템적인 고민이 있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그래야 성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