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한국의 길]위기대응 리더십 재정립 절실
올 하반기(7∼12월) 한국 경제가 맞을 도전과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잠시 주춤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대량 실업사태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세를 주춤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충격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자칫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경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국가위기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부총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중요한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방향을 결정해 왔다.
하지만 공식적인 회의체가 아니다 보니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달 초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인터뷰 파문 이후로는 아예 열리지 못한 채 휴업 상태다.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운영하는 리더십도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불확실성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에선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 경제의 위기경보 시스템도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3, 4년 전에 많은 국책연구기관들이 조선, 해운 등의 주력산업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나 기업들이 경고 사인에 좀 더 빨리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금처럼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