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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무사고 비결은… ‘2·2·2법칙’ 지키고 ‘지그재그’ 안하기

입력 | 2016-07-05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12>70, 80대 이젠 ‘면허검진’ 받자
베테랑 택시기사 운전습관 지켜보니




임정숙 씨(68·여)의 택시는 51년째 서울을 달린다. 임 씨는 1966년 열여덟 나이에 운전면허를 딴 뒤 한 달 만에 택시를 몰았다.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1968∼2014년)가 건설되기도 전이었다. 그 사이 도로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임 씨는 아직도 하루 8시간 이상 운전할 만큼 건강하다. ‘무사고 운전’ 경력은 임 씨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그는 1967년 차량 결함 사고 이후 여태껏 사고를 낸 적이 없다. ‘49년 무사고 운전’의 비결을 듣기 위해 함께 도로 위에 나섰다.


○ 서행, 또 서행… 초보처럼 운전하라

“나도 한때는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30분 만에 달리던 폭주 소녀였어요.” 지난달 21일 임 씨는 택시에 오른 기자에게 ‘고백’했다. 스피드를 즐기던 19세 소녀가 과속 습관을 고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임 씨는 “처음 면허를 땄을 때보다 차량은 많아지고 도로는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행 환경이 변했는데 과거의 운전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임 씨는 나이가 들수록 작은 신체 변화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4년 전 백내장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야간운전이 잦은 택시기사에게 시력 감퇴는 치명적이다. 임 씨는 “눈이 계속 나빠지는데도 어림짐작으로 운전대를 잡는 노인이 많다”며 “절대 자신의 운전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옆 차로의 교통 흐름이 더 빨랐지만 임 씨는 차로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도심으로 진입해서는 가급적 1차로 주행을 피했다. 추월을 하지 않으니 답답함을 느낄 승객도 있을 것 같았다. 임 씨는 “차로를 자주 바꾸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1차로는 중앙선 침범을 우려해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선을 밟으며 달려오는 화물차, 야간에 시야를 위협하는 전조등 등 1차로는 돌발 변수가 많아 고령 운전자에게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운전자 본인이 중앙선을 넘을 수도 있다.

느리게 한 차로만 고집한 덕에 임 씨의 손과 발은 주행 내내 한가했다.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았다. 그 대신 두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앞뒤로 2대씩과 양 옆의 2대까지 차량 6대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달린다”고 말했다. 주행 방향과 옆 차로의 차량 흐름을 파악하면서 안전거리를 무시하는 차량은 미리 피한다.


○ “판단은 빨리, 조작은 천천히”

신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예측 운전’ 습관이 생겼다.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 들어서자 빼곡히 주차된 차량이 시야를 가렸다. 하굣길 아이들이 불쑥불쑥 차도로 튀어나왔다. 임 씨의 시선이 향한 곳은 주차 차량의 바퀴 주변. 그는 “앞만 보고 달리면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바퀴 주변에 사람 다리가 보이면 미리 속도를 늦춘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는 차량, 보행자, 신호 등 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입력되면 판단이 느려지기 쉽다. 임 씨는 고가도로 진입부의 사고 흔적을 가리키며 “고가도로에 오를지 말지 망설이다 핸들을 못 돌려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젊을 때보다 빨리 결정하고, 여유롭게 핸들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50년 이상 운전대를 잡는 동안 사고가 날 뻔한 순간도 많았다. 임 씨는 그럴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인다. 상대 과실이 클 때도 마찬가지다. “아들뻘 되는 운전자에게도 먼저 사과를 해요. 도로 위에서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요.” 최근 부쩍 늘어난 도로 위 ‘헐크족’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도로는 누가 빨리 가는지 경주하는 곳도, 내 차가 좋다고 과시하는 곳도 아니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듯 예의를 꼭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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