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25초 S자코스, 40초 걸려 ‘통과’
본보 박성민 기자가 고령 체험 장비를 착용하고 실험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지난달 20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교육센터. 기자는 직접 80세 노인이 되기로 했다. 근육과 관절 움직임을 제약하는 노인 체험 장비를 착용했다. 팔다리를 쉽게 구부릴 수 없었다. 허리 지지대를 착용하니 몸이 30도가량 굽었다.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 증세를 구현한 안경을 쓰고 방음 스펀지로 귀를 막았다.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자신감이 사라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시야가 흐려 계기반의 눈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상체가 앞으로 쏠려 좌우 시야도 좁게 느껴졌다. “시속 80km를 유지하세요.” 무전이 계속 울렸지만 일정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곡선 주로에서는 핸들을 늦게 꺾어 코스를 이탈할 뻔했다. 실험을 주관한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육개발처 교수는 “시청각 능력이 감퇴하면서 속도와 균형 감각이 둔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60대의 시력은 30, 40대보다 평균 20%,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시력은 이보다도 30%나 떨어진다.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서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속도를 시속 60km로 낮추자 장애물 충돌 없이 코스를 통과했다. 장비를 벗었을 때 25초가 걸린 S자 코스(20m)를 사고 없이 지나려면 40초가 걸렸다. ‘T자 코스’ 후진 주차는 천천히 시도해도 각도가 어긋나거나 차선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 교수는 “실제로 교육받으러 온 사업용 차량 운전자 중에는 200m 직선 주행조차 힘든 고령자가 있었다”며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