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브람스.
그 대신 빗방울을 바라보며 제가 먼저 떠올리는 음악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입니다. 3악장 시작 부분의 선율이 그의 가곡 ‘비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만, 음울한 3악장뿐 아니라 소박하고 온화한 1악장 선율도 ‘비’의 느낌을 짙게 전해 줍니다.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창문을 타고 흐르는 듯한 나직한 피아노의 화음 위로 바이올린 독주가 가만히 말을 걸듯 또렷한 주제를 시작합니다.
이 곡은 요즘 다시 인기라는 LP 음반으로 들어도 기분이 그만일 듯하군요. 타닥타닥 하는 잡음이 섞여도 빗소리와 어울려 오히려 느낌이 좋을 것 같고요, 부엌에서 김치전의 고소한 냄새가 살살 풍겨 온다면 더욱 좋은 느낌일 듯합니다. (음?)
곧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군요. 휴가 계획들은 세우셨는지요. 요즘은 휴가 계획조차 “이번 기회에 스트레스를 몇 % 줄인 다음에 다시 심기일전하여…” 또는 “몇 군데 도시에서 몇 개 명소를 보고…” 식으로 ‘목표 지향’적으로 세우는 분이 많더군요. 그래도 휴가만큼은 모든 부담을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크고 작은 행복만을 찾아내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