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모델 8만7000여대 판매-임대… 얼음제조 부품서 금속물질 떨어져
고객들 작년 7월부터 제기에도 ‘쉬쉬’… 코웨이측 “美 섭취기준의 10%” 해명
정수기 시장 1위인 코웨이의 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이 나와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코웨이 측이 8만7000여 대가 팔린 이들 정수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1년간 알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고객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코웨이는 4일 “자사가 생산한 얼음정수기 중 얼음을 모아둔 부분에서 니켈 성분이 포함된 금속가루가 발견됐다”면서 고객들에게 사과했다. 얼음을 만드는 부품 표면에 도금돼 있던 금속 부스러기가 얼음을 모아두는 통에 떨어졌고 여기에 니켈이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사용해 온 주부 김정희 씨(61·여)는 “찜찜해서 당장 (쓰던 정수기를) 반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아기에게 정수기 물을 먹였는데 중금속이 나왔다니 너무 화가 난다”,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니켈은 호흡기로 들어와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이다. 다만 물이나 음식으로 니켈을 섭취했을 때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 이날 코웨이 측은 “문제가 된 정수기에서 검출된 니켈은 0.025mg∼0.05mg 정도로 미 환경보호청(EPA) 섭취 기준의 10분의 1∼20분의 1에 불과한 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니켈을 음식으로 과다 섭취했을 때 위경련 등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어 미 EPA는 건강에 무해한 섭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코웨이 정수기에 결함이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식품 관련 기구와 용기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한 식품위생법 제9조를 위반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정수기의 결함 유무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 부처와 협조해 이 정수기를 거친 물이 위해한지 조사할 예정이다. 자신이 이용하는 코웨이 정수기가 문제의 제품인지는 코웨이 홈페이지(www.coway.co.kr)와 고객센터 핫라인(02-781-7119)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호재 ho@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