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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아이 안심’ 허위광고 없었다면 가습기 사망자의 95% 살릴수 있었다”

입력 | 2016-07-05 03:00:00

檢, 신현우 前대표 공판준비기일서 주장… “2005년 문구수정 시도 무산 안타까워”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만 고쳤어도 사망자의 약 95%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11호. 검사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방청석에 앉아 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의 심리로 열린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68) 등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2004년 1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 라벨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뒤 2005년 12월 한 차례 문구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며 “이것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약 1시간 반 동안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진행 및 수사 경과, 죄명, 적용 법조, 주요 법리 등 공소사실과 공소제기 취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옥시 내부에서도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 등의 문구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문구 앞에 ‘적정량을 사용한다면’이란 구절을 붙이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마케팅 전략인데 이를 포기하면 시장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 관련한 사망자 94명 가운데 5세 이하가 63명, 20대 여성이 7명, 30대 여성이 19명”이라며 “영유아와 아이들의 엄마가 사망자의 약 95%를 차지하는 만큼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가 피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 관련 기록이 방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이날도 밝히지 않았다.

공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가족 2명은 “3, 4등급도 검찰이 수사해 달라. 왜 인과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냐”라고 울먹이며 호소하기도 했다. 3, 4등급 피해자들이 논의에서 제외된 데 대한 항의였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 3명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유해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출시해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