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 시작이다. 제주도 및 남부 지방에서 시작한 이번 장마는 시간당 30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했다. 심지어 기자의 경우, 오늘(7월 5일) 인천에서 안양까지 출근하며 국민안전처가 보낸 긴급재난문자를 총 3건이나 받았다(인천과 서울, 그리고 경기도에서). 쏟아지는 비와 불어오는 바람에 우산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들었던 생각은 '가방 속 노트북과 외장배터리, DSLR 카메라는 괜찮아야 할텐데…' 하나였다. 방수 기능이 없는, 고가의 제품이기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특히, 잦아지는 비 소식과 무더위에 물놀이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유독 '방수' 기능이 새삼 주목 받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타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유니크한 기능 중의 하나가 바로 방수이기 때문. IT 제품 중에 방수 기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방수 카메라다. 일종의 로망이다. 찰랑거리는 수면 아래에서 연인 또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일반적인 사진과 다른, 그 무언가를 담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자랑한만한 유니크한 작품(?)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고.
방수 카메라
그리고 최근에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이제 카메라 자리를 넘보는) 스마트폰도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변기나 세면대에 빠뜨리거나 컵에 담은 물을 엎어 수리비를 내 본 경험이 있는지. 이거 정말 눈물 난다. 혹여 휴가철 즐겁게 친구들과 놀러 간 해변가에서 물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바지 속에 넣은 스마트폰을 발견했을 때의 참담함이란(결코 기자의 경험담이 아니다)…. 이에 업체들도 방수 기능을 내세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이를 보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IP등급(Degree of Ingress Protection, IP Code)'을 표기한다. IP등급은 IEC(국제전기표준회의,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가 제정한 규격으로, IEC60529에 의거해 고체(방진)와 액체(방수)의 침투에 대한 보호 수준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앞서 언급한 카메라, 스마트폰 등 IT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기기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술 기준이다.
IP등급(IP Code)
IP등급은 IP67, IP68 등 보통 뒤에 두 자리 숫자가 따라붙는다. 앞의 숫자는 고체(먼지)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방진), 뒤의 숫자는 액체(물 등 수분)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방수)를 나타낸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보호 등급이 높은 것을 뜻하며, 방진은 0~6등급까지, 방수는 0~8등급으로 나뉜다.
방진은 0부터 6등급으로 구분한다. 0등급은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하며, 1등급은 크기 50mm의 고체, 예를 들어 손바닥만한 물건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2등급은 크기 12.5mm의 고체, 사람 손가락만한 물건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3등급은 크기 2.5mm의 고체, 두꺼운 전선이나 도구 등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4등급은 크기 1mm, 얇은 전선이나 나사, 철사 등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IP등급 방진
5등급부터 '방진 기능을 지원한다'라고 말한다. 5등급은 외부의 먼지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제품 사용에 문제는 없다는 것을 뜻하며, 6등급은 외부 먼지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뜻이다.
IP등급 방수
다만,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는 뜻이지 완전한 침수로부터 보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IP67 등급의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설명서를 보면, 제품을 수심 1m가 넘는 깊이에 잠기게 하거나 물 속에 30분 이상 넣지 말라고 권고한다. IP68등급의 삼성전자 갤럭시S7도 마찬가지다. 수심 1m 이상에서도 방수를 지원하지만,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최대 수심은 제조사가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갤럭시S7의 경우, 최대 1.5m 수심 이내에서 30분 방수 지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갤럭시S7 방수 기능
그리고 7등급과 8등급에서 언급하는 방수는 압력에 대한 테스트는 빠져있다. 즉, 제품을 해당 수심에서 넣고 가만히 두었다는 것. 예를 들어, 갤럭시S7을 들고 수심 1.2m까지 잠수해서 10분 정도만 사용했지만, 물 속에서 격렬하게 이리저리 휘두르고 돌렸을 경우에는 침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빠르게 물이 흐르는 계곡이나 파도가 치는 바닷가 등에서도 완벽하게 방수할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일례로 같은 IP 방수 8등급 후지필름 방수 카메라 파인픽스 XP70은 수심 10m에서 최장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IP등급을 표기하는 숫자 뒤에 A, B, C, D, F, H, K, M, S, W 등의 문자를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A부터 D는 사람이 접근했을 때 위험한 수준을 표기한 것이며, K는 방수 등급에서 고압의 액체를 분사해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6K와 9K가 주로 사용된다). F는 기름이나 석유 등으로 부터, H는 고전압으로부터, M은 방수 테스트 중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S는 방수 테스트 중 테스트 장치를 가만히 세워 준 것을, W는 기상 조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