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자살한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33) 사건과 관련해 형사부 인원을 늘리고 특수·공안부는 줄이는 개선안을 어제 내놓았다. 형사부 업무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자살 경위를 조사하는 와중에 업무 경감안부터 발표한 것은 상식 밖이다. 김 검사가 업무 과중으로 자살한 것처럼 몰아가는 듯한 인상만 준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어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700여 명이 서명한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 말고는 자살에 대한 단서가 없다. 김 검사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에는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이 언급돼 있다. 술 취한 부장검사를 집에 데려다주다 오히려 맞았다거나, 부장검사가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하라고 다그치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얘기도 있다.
친구들과의 카톡 대화에는 피해를 과장할 수도 있어 통념을 넘는 폭언폭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진상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확인이 더욱 필요하다.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가 1년에 100억 원이나 번 것은 전관예우(前官禮遇) 의혹이 짙다. 이런 법조비리도 따지고 보면 불합리한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검찰 선후배끼리 봐주면서 생긴 악습과도 관련이 있다. 젊은 검사의 자살은 그 경위를 정확히 조사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제에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문화를 일신(一新)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