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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에 손연재 있다면, 하프엔 황세희가…

입력 | 2016-07-06 03:00:00


사진 촬영땐 하프가 없어 황세희에게 연주 포즈만 취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가상의 하프를 떠올리며 현을 이리저리 퉁겼다. 이 사진에 하프를 그래픽으로 넣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를 닮은 외모다. 가녀린 외모 때문에 높이 180cm, 무게 40kg의 하프를 켜는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황세희(20)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하프 연주자다. 2010년 오사카 국제콩쿠르(3위)를 시작으로 2012년 일본 국제콩쿠르 2위, 2013년 헝가리 세게드 국제콩쿠르 특별상, 빈 국제콩쿠르 대상, 프랑스 국제콩쿠르 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하프 콩쿠르 중 가장 권위 있는 USA 국제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7세 때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금세 싫증을 냈다. 그 대신 비슷한 악기인 하프를 손에 잡았다. “페달을 밟고 두 손을 움직이는 것이 피아노와 비슷했지만 음색이 정말 예뻤어요. 현을 뜯을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도 매력적이었죠. 일단 하프가 예쁘잖아요.”

당시 한 살 위인 언니(황세영)와 함께 하프를 배웠다. 종종 함께 무대에 오르는 언니는 경쟁자이자 조력자이다. “자매가 같은 악기를 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요. 서로 비평과 조언을 해주고, 연습 때 동기 부여도 돼요. 옷으로 싸우는 일은 없고…, 공연 때 하고 싶은 레퍼토리가 겹쳐 다툴 때는 있어요.”

그는 하프보다 먼저 발레를 접했고 그 길로 가는 것도 생각했다. “5년 넘게 배웠어요. 결국 하프를 선택했는데 하프를 켜는 동작이 발레 손짓과 비슷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주할 때 선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는 서울예고를 다니다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학교생활과 연습을 병행하기 힘들어서다. 현재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학교를 그만둘 때부터 확고한 목표가 있었어요. 유학을 가서 25세 때까지 USA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하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 그의 목표는 ‘하프 대중화’다. 콩쿠르, 수업, 공연 등 바쁜 나날이지만 하프 앙상블(하피데이)과 함께 일반인 학생을 상대로 하프 교실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프밖에 모르는 ‘하프 요정’은 2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앙리에트 르니에의 곡 등으로 독주회를 가진다. 3만 원. 02-6303-1977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