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송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층간소음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은 사실 분노범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층간소음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게 아니라 층간소음은 그저 범행 동기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런 사건으로 사회적 반향이 커졌고, 층간소음 문제를 단순히 당사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이 여러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졌습니다만 층간소음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소송 절차는 아닙니다.
층간소음이 쟁점이 되는 소송은 결국 민사소송입니다. 소음의 원인이 윗집에 있다면서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시공사의 잘못된 시공에 따른 하자(흠)라고 주장하며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방식의 소송이 대표적입니다.
아파트 공사가 잘못돼 층간소음이 발생했다고 보고 건설회사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흠이 있는 제품을 판매한 데 따른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 역시 단순히 기준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시공상 잘못에 따른 하자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갖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손해를 적극적 손해(직접적인 재산 가치 감소)와 소극적 손해(기회비용처럼 상대적인 손해), 정신적 손해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있고 가해자가 물어줘야 하는 범위는 통상 발생하는 손해를 그 한도로 하고 있을 뿐 피해자가 느낀 주관적인 고통은 100% 반영되질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피해자가 느끼는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층간소음 분쟁은 일반적인 민사소송을 통한 해결이 능사가 아니라 이웃 간 소통을 강화하고, 층간소음관리사 제도 도입으로 층간소음 영역의 전문가를 키우는 등 소송 이외의 다양한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참극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동주택의 위층과 아래층이 이웃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집의 바닥이 아래층의 천장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배려하는 것, 이웃이 되는 첫 단추가 아닐까요?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