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하루새 자폭테러 3건… 무슬림들 “테러는 암적존재” 규탄 라마단 기간 테러로 800여명 숨져… 공포감 확산해 세력확장 노려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묻힌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에서 4일 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보안요원 4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적대시하는 시아파 거주지역인 사우디 카티프의 모스크와 사우디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연쇄 테러가 벌어진 점으로 볼 때 IS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사우디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자살폭탄 테러가 세 건이나 터졌다.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후 묻히면서 무슬림에게는 메카 다음으로 신성시되는 성지여서 아랍권에선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범은 해가 저물어 라마단 금식이 풀린 4일 저녁 모스크와 법원 사이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던 보안요원들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며 접근한 뒤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예언자 모스크는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 동안 꾸란을 암송하기 위해 200만여 명이 찾는 성지로 사고 당시에도 라마단 종료 하루를 앞두고 수천 명이 모여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당시 모스크에 있던 까리 지야드 파텔 씨(36)는 AP통신에 “진동이 하도 강해 빌딩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없지만 IS 소행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날 동부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카티프에선 모스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카티프는 IS가 수차례 테러를 감행해온 곳이다. 또한 같은 날 새벽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파키스탄인 압둘라 칼자르 칸(34)의 자살폭탄 테러로 2명이 다쳤다.
이번 라마단 기간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형 테러가 많이 발생했다. IS가 장악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IS의 폭정으로 라마단 기간 중 600명 넘게 사망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다른 지역 테러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800명이 넘는다.
IS는 이슬람의 성스러운 시기인 라마단 시작 직전인 5월 말부터 ‘라마단 기간 중 지하드(성전)는 신의 허락을 받은 행위다’ ‘이교도에게는 라마단 중 고통을 줘도 된다’는 식으로 소셜미디어에 선전전을 펼쳐왔다. 라마단이 끝난 후 이어지는 연휴인 ‘이드 알피트르’(6∼9일) 때도 대규모 테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S가 아시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를 집중 공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테러로 이 지역 극단주의자에게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불만 세력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5일 오전에도 인도네시아 자바 섬 솔로의 경찰서에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명이 다쳤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IS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느슨한 계율을 적용하고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에도 개방적인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