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들에게 부모의 행동 중 가장 싫은 것을 물으면 ‘혼내고 야단치는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 부모들을 불러 “왜 아이를 혼내세요?”라고 물으면, “아니, 아이가 잘못하는데 가만둡니까? 잘 가르쳐야지요”라고 한다. 내가 “아, 가르친 거네요. 그럼, 가르쳐야지 왜 혼내세요?” 하면 대부분 당황한다. 재현이도 지금의 상황을 알림장을 안 써 와서 ‘혼나는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에 반해 엄마는 알림장을 잘 써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가르칠 목적이라면 혼내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는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뇌에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다. 뇌에 정보가 저장되려면, 같은 정보가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응축되는 과정에서의 감정 경험이다. 그 경험이 좋아야 정보가 잘 저장된다. 뇌의 기억·학습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정·정서를 담당하는 부위는 매우 가까워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공포나 두려움, 싫음, 불안 등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면 지식이나 정보가 잘 저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를 배울 때 계속 혼이 나면 제대로 배워지지 않는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고 뭔가를 가르쳐줄 목적이라면, 방식도 가르치는 형태여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정확한 핵심을 얘기해주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격분하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아니, 부모가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을 때는 뭔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잘못하면 가르침은 고사하고 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다. 아이의 행동을 진정으로 교정하고 싶다면, 뭔가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정말 친절히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바뀌고 배울 수 있다.
어떤 부모는 반문한다. 아무리 친절히 가르쳐주어도 아이의 행동이 계속 바뀌지 않더라고. 역시 매를 들어야 효과가 빠르더라고. 아이가 빨리 행동을 바꾼 것은 그저 아프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무서우니까 잠깐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다. 부모의 가르침이 내재화되어서 ‘아, 이것이 옳지 않구나’라는 것을 배워서가 아니다. 아무리 잘 가르쳐줘도 아이가 행동을 교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종종 말한다. “딱 세 번은 참을 거야. 그 다음부터는 혼날 줄 알아.” 나는 이런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미숙함을 딱 세 번 만에 고칠 수 있습니까?” 어른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어린아이에게는 세 번 만에 안 고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아이가 알림장을 안 써 오면 “너 다음에도 안 써 오면 혼나!”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가르쳐준다. “알림장을 안 써 올 수도 있어. 그런데 지금 내일 준비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물은 뒤, 아이의 답을 듣는다. 같은 반 친구나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본다고 할 수 있다. 아이의 답에 따라, 스스로 해결해 보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아, 알림장은 꼭 적어 와야 하겠구나’를 배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미숙함을 보일 때는, 혼내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