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 서양화가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그해 TV는 사람을 감시하는 나쁜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는가? 비전을 예술의 도구로 활용했던 백남준으로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잘못된 전제였다. 그것을 메시지로 삼아 신문명의 도래를 알리는 영상축제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예술가는 백남준이었다.
서양화가 남관은 어떠한가. 가시적인 것보다는 인간 내면의 심상적인 세계를 표현해 내는 데 주력했고 환상적인 색채와 조형성을 마치 상형문자처럼 구사해 냈던 그의 작품을 보면 동서양 문화의 어느 일부도 놓치지 않고 완전하게 융합시켰다.
우리 영화 속에서 임권택의 ‘취화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준다. ‘취화선’은 처음으로 미술이라는 장르를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 한국영화사의 금자탑이다. 관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었으며, 과장과 왜곡을 하되 들을 거리를 주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그리지 않았다고 하고, 검찰 조사에서 가짜로 나온 위작을 진품이라 주장하는 작금의 현상과 싼값의 인건비로 대작 시비를 애매모호하게 얘기하는 연예인과는 다르다.
미술품도 선진국처럼 신뢰를 높여야 한다. 서양인들도 한국인이 서양의 미술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이야기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수재와 영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돌아왔고 1년에 몇백억 원 단위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서울이다. 겉으로는 미술 붐에 마취되었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의 미술 기반은 아직도 그대로다. 멈춰 서서 현대미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박수룡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