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디자인 전문가부터 엔지니어, 건축가, 디지털 아티스트,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3ds 맥스(Max)와 마야(Maya)를 제공하고 있는 오토데스크가 기존 제품 라이선스를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오토데스크가 발표한 내용은 '오토데스크는 2016년 8월 1일부터 대부분의 오토데스크 디자인 및 크리에이션 스위트와 개별 제품들의 신규 라이선스를 서브스크립션으로만 제공할 것'으로, 쉽게 말해 3ds 맥스와 마야(이외의 다른 제품도)를 영구 라이선스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기간제 라이선스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어서 오토데스크는 '서브스크립션은 월별, 분기별, 연간, 다년(multi-year) 등 다양한 기간제 결제 방식으로 오토데스크 제품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는 제도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적은 비용으로 보다 민첩하게 사업 환경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단 인터뷰 전문에서 설명한다).
3D 그래픽 산업 분야에서 업계 선두 기업인 오토데스크의 이 같은 판매 정책 변화는 많은 업체의 관심을 받았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건 다른 어떤 분야에도 마찬가지. 기존의 정책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지사. 이에 직접 오토데스크 코리아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종호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토데스크 코리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 총괄 정종호 이사
콘텐츠 개발 방식의 변화, 클라우드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오토데스크 게임 엔진 '스팅레이(Stingray)'로 만났던 것이…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 시간 참 빠르다. 며칠 전에 본 것 같은데.
정종호 이사(이하 정 이사): 하하. 오랜만이다. 바뀌는 라이선스 정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고 들었다.
IT동아: 맞다. 조금 민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선뜻 인터뷰에 나와 감사하다. 아무래도 기존 정책의 변화이다 보니,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 이사: 아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관심을 보여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변화라고 언급했는데, 오토데스크는 지금 현재 IT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에 맞춰 흐름에 따라 라이선스 정책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 이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의 IT 기술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했고, 이에 따른 흐름을 도입한 것이라고. 먼저,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다. 만약 호주의 한 영화 제작사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겨울, 눈보라 치는 장면을 제작한다고 가정하자. 과거에는 직접 러시아 현지를 배우, 촬영팀, 감독 등이 찾아가서 집적 촬영해야 했다. 많은 제작 비용이 필요했고,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흔히 말하는 CG 작업을 통해 마치 현지를 촬영한 듯한 효과를 바로 구현할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일 수 있다.
오토데스크 코리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 총괄 정종호 이사
오토데스크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클라우드에 기반한 라이선스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과거에는 영상 작업을 위해 3ds 맥스나 마야를 영구 라이선스로 구매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사용했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촬영 시간을 짧게 줄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필요한 기간 만큼만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1개월 동안 제품이 필요하면 1개월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3개월 정도 제품이 필요하면 분기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된다. 오히려 영상이나 그래픽을 제작하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인 셈이다. 사용한 만큼 돈을 내면 된다. 앞으로 IT 자산은 유틸리티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하지만,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3ds 맥스나 마야 등 필요한 제품을 영구 라이선스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가.
정 이사: 맞다. 업체는 영구 라이선스로 구매한 제품(3ds 마야, 맥스, 윈도,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잡기 때문이다.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웃음). 이해하고 있다. 제품을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한번에 처리하면 깔끔하지 않은가. 이걸 매년 지속적으로 추가 구매하는 것으로 바뀌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생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월 단위, 분기 단위, 연 단위로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IT동아: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먼저, 그럼 기존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한 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했었지만, 바뀐 정책 때문에 다시 매년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하는 것인 것. 아니면, 기존 라이선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정 이사: 맨 뒤에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하겠다. 계약에 따라 기존 영구 라이선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단, 구매했을 당시의 버전으로만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즉, 해당 제품의 추가 업데이트는 지원받을 수 없다.
IT동아: 기존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한 사람들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받을 수는 없는지.
정 이사: 과거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Maintenance Subscription'이라는 옵션이 있었다. 해당 옵션에 가입하면, 지속적으로 제품 업데이트 및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이번에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바꾸면서 이 옵션 상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용어만 바꿨다. 앞으로 'Maintenance Subscription'는 '케어 플랜'으로 말한다.
오토데스크 코리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 총괄 정종호 이사
IT동아: 그럼 이번에 바뀐 라이런스를 구매하는 상품은 뭐라고 불리는지.
정 이사: 멤버쉽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영구 라이선스'는 '멤버쉽', 'Maintenance Subscription'는 '케어 플랜'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다만, 멤버쉽은 기간에 따라 계속 라이선스를 연장하는 방식이고, 케어 플랜은 이전 영구 라이선스 구매자만 가입해서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멤버쉽과 케어 플랜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혜택은 거의 같지만, 케어 플랜 사용료는 멤버쉽 사용료의 반값 정도에 불과하다.
IT동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영구 라이선스 구매자와 아닌 사람. 영구 라이선스 구매자는 케어 플랜에 가입해 라이선스를 계속 연장하면 되고, 영구 라이선스 구매자가 아닌 사람은 멤버쉽에 가입해 라이선스를 계속 연장하면 되는 것으로. 그리고 기존 영구 라이선스 구매자는 멤버쉽 가입 비용에 반값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정 이사: 맞다. 바로 그것이다. 사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는 소유가 아닌 사용 권한(기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업체들과 생각의 차이가 크다. 인식을 전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IT동아: 이번 라이선스 변경에 반대 의견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정 이사: 일단, 두 가지 라이선스(멤버쉽, 케어 플랜)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1년 반 사이의 결과를 살펴보면, 점점 멤버쉽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70~80%가 멤버쉽을 구매하신다. 그리고 기존 영구 라이센스를 구매했던 업체는 대부분 메이저 회사다. 향후 몇 년 동안 발생하는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는 업체들이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하셨다.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멤버쉽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IT동아: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다. 만약 케어 플랜 가입자가 라이선스를 연장하는 것을 잊으면 어떻게 되는지. 하루나 이틀 정도 담당자가 깜빡 잊거나, 회사 사정으로 케어 플랜 계약을 못했을 경우 등 추후 다시 케어 플랜을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정 이사: 아쉽게도 방법이 없다. 연장 기간을 놓치면 멤버쉽에 가입해야 한다. 제 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라이선스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오토데스크가 다양한 형태로 여러 번 안내문을 보낸다. 그리고 지금은 처음 정책이 변경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영구 라이선스 사용 업체에 케어 플랜에 대해서 계속 알리고 있다.
오토데스크 케어 플랜
IT동아: 오토데스크가 제품 구매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혜택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 이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에서 사용하던 제품을 집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추가하거나, 타지로 (오랜 기간) 출장 갔을 때 현지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약간의 차이(해외 출장 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등)가 있지만, 이러한 혜택은 멤버쉽과 케어 플랜 모두 거의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IT동아: 해외와 국내 정책의 차이점이 있는지.
정 이사: 가끔 이 부분을 많이 묻는데, 미국과 국내의 정책이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이번 라이선스 변경에 대해서, 처음에 공지할 때는 날짜를 명시하지 않았다. 언제 확실하게 적용될지 몰랐고, 지역에 따라 적용하는 시기를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이나 국내의 온라인 스토어에 영구 라이센스는 2월 1일부터 없다.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한다는 공문도 이미 업계에 돌렸다.
최근 (영구 라이선스를 이미 보유 중인) 국내 한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력을 새로 뽑으며, 멤버십으로 가입했다는 것. 영구 라이선스를 구매하려면 꽤 많은 비용을 내야 했지만, 맴버쉽은 가입 기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 유용했다고 하더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었다.
이외에도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교육용으로 사용할 경우,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미 국내의 많은 교육 기관에서 오토데스크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앱 서비슬, 프로젝트 기반 학습 자료 등을 활용해 학습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봉 중학교와 성균관 대학교 등은 지난 2014년부터 이러한 제도를 활용 중이다.
가장 처음 말했지만, 오토데스크는 이번 라이선스 판매 정책의 변화는 IT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오토데스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