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넷 ‘음악의 신2’ 이수민은 극중 설정을 실제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그는 “나조차 내 연기가 실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음악의 신2’ 이수민의 가수데뷔기
예능·드라마 이어 영화계에서도 러브콜
“뻔뻔한 캐릭터는 연기…원래는 착해요
‘이미지 과소비’ 지적에 적정선 고민중”
참 ‘뻔뻔한’ 여자다. “18년차 연습생”이라지만, 노래와 춤 실력은 형편없으면서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들을 압박해 걸그룹의 ‘센터’가 되고, ‘리드보컬’의 지위까지 차지했다. 나아가 자칭 “팀의 비주얼 담당”이고, “댄싱머신”이라 우긴다. ‘춤이 싼티 난다’는 까칠한 안무가의 지적에는 촉촉한 눈빛으로 “가수가 정말 하고 싶다”며 애걸한다. 그리고 “걸그룹으로 꼭 데뷔해 어느 정도 지나면 티파니와 태연처럼 솔로 활동을 하겠다”는 포부를 용감하게 밝힌다.
7일 종영하는 엠넷 페이크 다큐멘터리(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담아낸 다큐멘터리) ‘음악의 신2’에서 뻔뻔한 매력을 발산한 연기자 이수민(32)의 이야기다. 극중 걸그룹 C.I.V.A(시바)로 데뷔하려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 그는 극의 설정을 실제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그의 ‘병맛’(어이없음) 코드는 프로그램의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수민은 “‘실제로 보니 착하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네, 저 착해요’라고 한다. 해명할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지’라고들 하시는데, 사실 별 어렵지 않게 그냥 했다. 실제 내 안에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캐릭터에 몰입한다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생각인데 ‘상또라이’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자아분열도 느낀다. 정말 이게 나인가.”
방송인 이수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졸업생인 이수민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박수를 받는 일에 희열을 느꼈다. 부모가 대전에서 운영하던 “50년 전통의 유명 국밥집”을 찾는 손님들이 관객이었다. 성인이 되어 연극 ‘루나틱’ ‘클로저’ ‘다이닝룸’ 등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2007년 SBS 아침드라마 ‘미워도 좋아’의 비서 역할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광고모델도 하고 시트콤에도 출연했지만, 별 성과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힘든 시기”를 겪다 지인을 통해 2012년 ‘음악의 신’ 오디션을 보게 됐다.
“담당 PD와 30분 면담 후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을 노래했더니 바로 ‘촬영하자’고 하시더라. 내 안의 ‘똘끼’를 본 모양이었다. 하하.”
이수민은 ‘음악의 신2’를 계기로 다시 방송가에서 뜨거운 존재가 됐다. 이미 한 종편채널 예능프로그램에 캐스팅됐고, 지상파 방송 토크쇼 출연도 논의하고 있다. 흔히 ‘신 스틸러’라 불리는 감초 역할을 제안하는 드라마와 영화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수민은 “이미지 과소비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되기에 ‘적정선’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